(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지난해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 사고로 미호천교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게 징역형이 구형된 가운데 관련 공무원들의 수사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공무원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가 됐을 뿐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25일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청주지법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에게 각각 징역 7년6개월, 6년이 구형됐다. 이들은 미호천교 도로 확장공사 현장 내에 있는 제방을 임의로 훼손하고 임시제방을 설치, 기존 제방 불법 철거 등을 묵인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번 재판에 대해 건설엔지니어링업계에서는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만큼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개인이던, 회사던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만큼 상황을 뒤집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최종 판결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소속 회사도 입찰참가제한 등 행정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지방계약법에서는 부당한 시공에 대해 감리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으면 2~4개월의 입찰참가제한이 적용된다.

최고책임자를 기소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관건이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실제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다양한 인과관계가 있던만큼 중대재해처벌을 직접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다만 법적용에 있어서 우리 업계를 바람막이로 한다던지 공무원과 차별을 한다면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재판이 추후 엔지니어링업계에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형사처벌 이후 정부차원의 B회사에 대한 행정조치”라면서 “당사자들은 억울하겠지만 현행법상으로 처벌이 되던, 다른 논리를 적용해 걸고 넘어지던 회사에 상당한 피해가 갈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예상했다.

이들과 달리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수사속도가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까지 사고와 관련된 기관으로는 행복청, 금강유역환경청, 충북도, 청주시 등으로 이중 행복청과 금강유역환경청 소속 8명의 공무원들은 지난 2월 불구속 기소됐다. 반면 충북도와 청주시 등 공무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중이라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성역없는 수사를 하겠다는 원론적 얘기만 들었을 뿐 언제쯤 뭘 하겠다는걸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국과수 역시 이번 사고를 기관, 공무원들의 책임보다 제방의 문제로만 보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한편 감리단장은 구속 기소 후 정신적으로 상당히 쇄약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단장이 소속된 D엔지니어링사 대표이사는 “많이 안정되긴 했지만 우울증 약을 복용하는 등 건강적으로 악화된 상태”라며 “검찰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들에서 충분히 소명할 것들이 있는만큼 최선을 다해 무혐의를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항일 기자 hijoe77@engdaily.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