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전세계 엔지니어 임금③]"스페인 엔지니어와 자라 직원은 동급" 경제, 임금은 한국에 역전
상태바
[연중기획-전세계 엔지니어 임금③]"스페인 엔지니어와 자라 직원은 동급" 경제, 임금은 한국에 역전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3.25 10:4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국내 엔지니어링사들의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엔지니어 임금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부 대형사의 경우 시공사 못지 않은 임금을 받으며 엔지니어에 대한 처우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반면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으로 글로벌시장과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본보가 각국 통계청, 엔지니어링협회 등을 조사해 전세계 엔지니어 임금을 다양한 시각으로 객관화해 살펴보고자 한다.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세계 최고의 무적함대로 대서양을 휩쓸었던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은 지형적 특성이나 경제 규모 등에서 오랜시간 유럽의 한국으로 지칭되며 비교돼 왔다.

한때 스페인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 다음가는 유럽 경제의 빅4로 여겨졌지만 유로 가입 이후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경제악화로 이어지면서 현재는 예전의 명성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특히 지난 2015년 스페인의 1인당 GDP는 2만5,000달러를 기록했는데 당시 한국 GDP(2만7,000달러)가 이를 역전하면서 현재까지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로 공공분야 수주 위축

가우디 성당으로 대표되는 스페인은 건설과 건축산업이 발달한 국가다. 최근 중국의 급성장으로 고전을 하고 있지만 전세계 시공 1, 2위를 다투는 건설사 ACS가 있고 ENR 상위권에 위치한 Ineco, Idom, Sener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사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스페인을 상징하는 대표적 글로벌 기업은 패션브랜드 자라(ZARA)다. 스페인 건설 및 인프라시장이 오랜시간 공공 위주의 내수시장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다. 한 때 GDP의 20%를 차지할정도로 국가의 중추산업이었던 건설은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경제악화로 공공분야 입찰이 현저하게 줄었다.

엔지니어링 분야도 마찬가지다. 코트라에 따르면 경제위기 이전 스페인 엔지니어링분야 공공입찰 규모는 10억유로(1조3,420억원)였다가 2012년 이후 2억유로까지 감소했다. 이후 2015년 4억유로까지 회복했지만 경제위기 이전에 비하면 절반도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스페인 엔지니어링사의 전체 매출 가운데 공공분야의 비중도 25%에 불과했다. 업체수도 2015년 기준 10만8,578개로 5년간 꾸준히 감소했다.

경기침체로 인한 공공사업의 감소는 업체들의 선정 방식을 최저가 낙찰로 바꿨다. 스페인 우수 엔지니어링 기업포럼(FIDEX)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공공사업 입찰 과정에서 기업선정시 약 70%를 가격경쟁력에 우선해 선정했다. 품질보다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에 프로젝트를 넘기는 것이다.

공공사업의 감축으로 스페인 엔지니어링사들은 해외, 특히 같은 언어권인 남미대륙 진출이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Typsa는 페루, Idom은 멕시코, Ineco는 에콰도르로 각각 진출하면서 외화벌이에 나섰고 지하철과 항만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9년말부터 시작된 코로나 위기로 유럽 엔지니어링사들의 저가경쟁 등 악영향에다가 한국 기업들의 페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엔지니어 대우가 개선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국민 임금 평준화

스페인은 경제침체 이후 회복세를 보이다가 코로나 펜데믹으로 좀처럼 어려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 정부가 지난 2020년 최저임금을 5.5% 인상하면서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직종을 막론하고 평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최저 임금은 월 1,125유로(약 152만원)로 연봉은 1만3,500유로(약 1,800만원) 수준이다. 스페인에서 최저시급 기준이 유의미한 이유는 비정규직 비율이 25%로 유럽내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다.

정규직의 경우에는 지난해 4분기 기준 2,874유로(약 384만원)로 연간 3만4,488유로(약 4,560만원)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스페인의 경우 한국의 4대보험과 같은 사회보장비용이 38%에 달해 실제 근로자 수령액은 2,165유로(약 289만원) 수준으로 연봉으로는 2만5,980유로(약 3,400만원)가 된다. 스페인의 사회보장비용은 한국의 단순 세금 수준을 넘어 의료서비스 무료 등 혜택이 많다. 주목할 점은 스페인의 경우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연간 2회 특별상여금이 법제화 돼 있어 실질 적인 연봉은 약 3만유로 정도다.

연간 2회의 상여금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대기업 정규근로자의 연봉은 국민 평균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의 대표적 글로벌기업인 자라의 경우 정규 근로자의 연봉(상여금 제외)이 3만2,000유로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과 체감은 비슷, 실제 연봉은 격차

스페인에서는 의사나 일부 금융권 종사자가 아니면 대부분 임금수준이 비슷하다. 전문직종인 엔지니어의 임금도 평범한 수준이다. 스페인 엔지니어링협회와 통계청, 현지 구직사이트 등에 따르면 경력 무관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 수준은 3만3,000유로(약 4,400만원)다. 스페인의 건설인프라 시장의 규모와 중요도 등을 감안하면 한국과 매우 닮아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17개 지자체마다 소득 수준이 다른데 일반적으로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기업일수록 연봉이 적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스페인 남부의 대표격인 안달루시아의 경우 2020년 기준 평균 임금이 1만,7000유로 정도인 반면 북부의 바스쿠는 3만유로 정도로 나타났다. 바스쿠의 지역 GDP는 수도인 마드리드보다도 높다. 현지 구직사이트 등에서는 안달루시아에 위치한 엔지니어링사의 경우 국민 평균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1,800유로의 월급에 채용공고가 나오고 있다.

대형사도 마찬가지다. 1~3년차 주니어급의 경우에는 평균 연봉이 2만유로(약 2,6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다. 4년차 이상의 경력에 한정해 평균 3만5,000~4만유로(4,600만~5,300만원)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경력에 따라 처우가 나아지는 것은 맞지만 한국의 상위 20권내 회사의 평균 연봉이 3,000만원 초중반인점을 감안하면 스페인에서 엔지니어로의 시작은 박한 편이다.

▲인플레이션 양상, 처우개선 요구 커져

부에노(Bueno) 스페인 엔지니어링협회(TECNIBERIA) 전 회장은 2020년 언론을 통해 정부의 저가입찰과 처우개선에 대해 "엔지니어링이 제공하는 지적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엔지니어링이 없는 국가는 기술적으로 식민지화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스페인 엔지니어링업계에서도 이러한 처우개선 요구는 구직사이트 등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Ineco와 같은 글로벌엔지니어링사의 취업 채용 사이트에서도 위상에 맞지않는 임금을 이유로 취업자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전통적으로 낮은 물가로 인해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했지만 최근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엔지니어와 같은 전문직종 분야를 중심으로 임금 상승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스페인의 PPP지수는 4만1,000달러로 엔지니어의 경우 명목GDP 평균 수준을 가까스로 웃도는 상황에서 PPP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연 2회의 특별상여를 더해야만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스페인 엔지니어들은 자국기업이 아닌 글로벌엔지니어링사로 적을 옮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에 진출한 한국 엔지니어링사로 이직하는 스페인 엔지니어들도 생기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 글로벌부문 한 관계자는 “한국의 임금 수준이 많이 올라왔고 최근에는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기술력 갖춘 스페인 엔지니어들도 이직을 원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기업에 PM급으로 채용되는 스페인 엔지니어의 경우 월 1만2,000달러(약 1,500만원)의 대우를 받기도 하는 등 자금력을 갖춘 글로벌사들로 회사들로 엔지니어들이 이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로바 2022-03-28 09:21:16
인구절벽인것도 걱정스러운데 여기에 워라벨과 발주처 갑질로 인한 엔지니어 기피현상까지...
여기에 건설기술인협회 조직을 위한 협회비를 안내거나 관리를 못했다면 박사학위를 갖고 있어도 초급도 안되는 우리나라 엔지니어 실태입니다. 과연 해외경쟁력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가늠을 할 수가 없네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