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인적사항 기재도 도마위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의 거짓부실을 막기 위해 이번에는 GPS 도입과 개인정보 기재 등 카드를 꺼내들면서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거짓부실 판정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24일 환경영향평가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서 등 작성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평가서 작성시 부록으로 GPS를 통한 환경실사 이동경로를 기재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조사일별로 GPS 등을 활용하여 현지조사를 실시한 구체적인 경로 또는 지점 등을 표시하여 수록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권침해 등을 우려하며 개정안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A환평업체 관계자는 “조사자의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GPS를 도입한다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거짓부실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의 인권보다 앞서는 정책은 있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GPS 추적은 사실상 성범죄자들이 차는 전자발찌와 다름 없는 것”이라며 “성실하게 업무를 이행하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이 타당한가”라고 강조했다.
B환평업체 관계자도 “업무를 하다가 쉰다고 하면 GPS 추적에서는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올텐데 이런 경우에 일을 안한다고 해석해 부실하다고 할 것인가”라며 “이미 환경실사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영수증 첨부를 통해 이동경로에 대한 근거로 갈음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부족해 GPS 추적을 하겠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논란은 평가자의 개인 인적사항 기재 부분이다. 개정안은 평가에 참여한 사람의 소속, 직위, 성명, 전공분야 등 인정사항을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B환평업체 관계자는 “기초자료에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사업분야가 어디있나”라며 “관련 종사자들의 인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평가서 신뢰도 향상을 위한 환경부의 개정안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9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재대행 승인, 거짓부실 작성 판단 기준, 업무여유도 신설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개정안은 측정대행의 잘못을 환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업체의 반발이 거셌는데 논란이 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행정예고는 사실상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평가서의 거짓부실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관리가 용이한 방식의 규제성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정책 헛발질을 계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측정대행의 부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들의 관리주체가 지자체다보니 사실상 환경부가 관여할 명분이 없어 환평업체에 책임을 묻는 엇박자 행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대 환경영향평가협회장은 “결국 이번 개정안도 사실상 환경부의 영향력이 측정대행업체에 미치지 못하는 데 대한 환평업체에 대한 으름장”이라며 “현재처럼 단순 영수증 제출이나 GPS 추적 등으로는 근본적인 거짓부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가서 작성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부분을 모두 거짓으로 해석하는 행정도 수정되야할 사항으로 지적됐다. 박 회장은 “가령 사람을 죽이려고 마음먹은 것과 의도가 없이 불상사로 인해 사람이 죽은 경우 법 해석이 다르지 않나”라며 “고의성에 대한 구분 없이 단순 사실관계로만 잘잘못을 가린다면 이러한 일차원적 정책이 계속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