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사엔지니어 불안한 주 52시간, 노사합의 전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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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사엔지니어 불안한 주 52시간, 노사합의 전제 필요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2.03.21 17:08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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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는 효율적 인원 운영에 적극 환영
근무시간 늘고 수당 덜 받을까 우려도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인 주 52시간 유연화 도입에 대해 업계 내에서도 회사와 엔지니어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21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주 52시간 유연화 공약을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반기는 반면, 소속 엔지니어들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업체는 턴키 합사나 발주가 몰리는 때와 같이 업무 집중도가 높은 시기에 효율적인 인원 운영이 가능해졌지만 엔지니어들은 야근, 초과근무 등으로 지급되는 수당이 이전보다 적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해 현행 주 52시간 제도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약에 따르면 현재 연구직 최대 3개월, 사무직 최대 1개월로 제한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기한을 1년으로 늘려서 주 평균 52시간을 지키는 선에서 유동적인 시간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와 함께 1년간 근로시간을 지정한 뒤, 이를 초과하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도 언급됐다. 두 방안 모두 1년 단위로 근무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공통점으로 하고 있다.

이에 엔지니어링사들은 해당 공약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설계 부서는 연말, 관리 부서는 발주가 몰리는 3~6월 등 특정 시기에 업무가 집중되는 만큼 전략적인 대응이 가능해진 것이다. 턴키 합사 등 몇 개월간 밀도 있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이전보다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 당시에도 엔지니어업계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의 보고서에 따르면 엔지니어링산업 노동시간의 월별 표준편차는 11.7로 전체 산업 9.7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또 엔지니어링사 평균 노동시간이 10월에는 132시간이지만 3월에는 178시간으로 최대 46시간의 편차가 나타나는 등 산업 전체 평균인 39.2시간보다 더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산업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선 1년 단위의 근무제도가 더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기준 엔지니어링업체 92%가 중소기업이고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계 특성상 1년 단위 유연한 근무제도는 업계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4일 300개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주52시간제 등 노동규제 개선이 49%로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노동시간마저 제한되면서 회사 운영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같은 유연근무제가 엔지니어링 산업에는 더 어울리는 형태”라며 “이전보다 시간·비용적인 측면에서 효율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소속 엔지니어들은 노동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기업친화적 정책으로 인해 그간 업계 고질적인 문제로 손꼽혔던 합사의 과도한 업무 시스템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도입될 경우 직접적으로 소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지난 2018년 협회 정책연구실 보고서는 엔지니어링업계 월평균 근무시간은 164.6시간, 월평균 초과근무시간은 5시간으로 분석했다. 주 52시간제 도입 이전에는 근무시간이 더 길었던 것인데 이때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주 120시간 근무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인해 불안은 더해지고 있다.

또 근무시간은 늘어나지만 선택적 근로시간제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도입되면 추가 근무 수당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월별 근로시간 편차가 큰 산업 특성상 특정 시기에 초과근무가 필요한데, 선택적 근로시간제가 도입되면 근무시간으로 포함돼 수당이 적어질 것으로 예측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경우에는 아예 휴가로 받게 돼 추가 수당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B엔지니어는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그나마 합사도 조금 할만해졌다고 할 수 있었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거기에 일은 더 늘어나고 수당은 못 받는다면 대체 누가 일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노동제도 개선은 노사 합의가 전제되기 때문에 서로 만족할만한 조건을 맞추는 게 최우선일 것”이라며 “앞으로 정책 추진의 방향성에 따라 업체들도 발맞춰 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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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ㅇ 2022-03-23 13:12:24
공부 열심히 했으면 이런일 안했을텐대 내탓이지 돈 잘번다고 해서 선택했더니 개뿔

박용수 2022-03-22 20:46:19
턴키합사 등으로 번아웃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이
말하는 유연근무제는 말이 좋아 유연이지
거의 무연이 될 가능성이 많다.

엔지니어링회사에 들어오는 신입사원이 점점 적어지고
탈토목엔지니어들이 많아지는 이 중요한 시점에
다시 비정상으로 돌아가자는 건가?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 할아버지의 외침이 생각난다

"그만해 이러다가 우리 다죽어"

eeng 2022-03-22 16:31:37
어느정도 선에서 유연근무제가 좋은거지 합사는 진짜 주말없이 매일 새벽까지 말그대로 사람 갈아넣어서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을정도인데 옛날로 돌아간다고...? 에라이 ㅋㅋㅋ 진짜 이 업계는 사람 다 떠나가야 정신차릴듯~
막말로 몸 갈아넣어서 건강 해치면서 일해봤자 사장이 이득보지 실무 엔지니어 직원은 쥐꼬리만한 수당이 전부인데 누가 하고싶겠음

설계인 2022-03-22 10:05:51
선택적 근로 시간제 라는게 과연 기술인을 위한 정책인지..회사가 과연 합사 나갔다오면 초과근무 고려해서 개인의 근무시간을 조정해줄까요? 회사가 직원들 부려먹기 딱 좋은 정책입니다. 야근에 철야에. 엔지니어링 인력난, 토목과 기피 , 가속화 시킬 따름입니다.

개도야지 2022-03-22 09:41:21
52시간 있어도 합사에 감사뜨면 미리 정보듣고 컴퓨터끄고 어디 내려가서 숨어있으라고 하는 마당에
그나마 저런 제한이라도 있어서 눈치라도 봤는데
이젠 말이 좋아 유연화 52시간 철폐지 그냥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라는 소리랑 뭐가 다른거지
그냥 이렇게 개돼지로 살던가 내가 이 업계를 뜨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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