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 필요한 시기” 주장도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엔지니어링사들이 올해도 인력수급에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특히 일부 대형사에서는 올해부터 공채모집 횟수를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업계의 인력난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7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수주 상위권 20개사들은 전년 대비 인원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수주가 대폭 상승한 이산과 제일엔지니어링 등은 전년 대비 인원이 각각 18% 증가하면서 인력충원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위 5개사가운데서는 한국종합기술이 전년 대비 10.7% 늘어나면서 가장 높은 인원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외형만 커졌을 뿐 토목설계분야 인력 충원은 태부족이라는 지적도 상당하다. 한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업체들이 외형적으로는 커졌을지언정 감리나 운영관리(O&M) 분야 충원이 대부분”이라며 “여전히 토목설계 엔지니어의 수급은 요원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대형엔지니어링사 관계자도 “신입 채용을 기준으로 30%정도만 토목설계직이고 나머지는 그 외 분야”라며 “우리가 이정도인데 중소사나 지역사에서는 사실상 채용이 하나도 없는 곳도 상당하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B사는 지난해 채용에서 1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최근 4년간 공채경쟁률이 ▲2019년 35.4대 1 ▲2020년 31.5대 1 ▲2020년 20대 1 ▲2021년 11.2대 1 등으로 해마다 줄어들었다.
계속되는 인력난에 공채횟수를 줄이기로 결정한 회사들도 있다. C대형엔지니어링사 공채지원현황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45대 1 ▲하반기 38대 1 ▲2021년 상반기 24대 1 ▲하반기 14대 1 ▲2022년 상반기 12대 1 등으로 매년 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C사는 올해부터 공채모집을 연간 2회→1회로 축소할 방침을 세웠다.
경력직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팀에서 누군가 이직한다고 하면 덩달아 이탈하는 연쇄작용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며 “회사입장에서는 치명타지만 돈 앞에 장사없지 않나”라고 강조했다.
팀단위 오퍼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신입을 채용해 사업부의 머릿수를 늘리기보다는 당장 돈이 좀 들더라도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팀단위 오퍼가 종종 있다”며 “중소사들은 차부장급으로 잘 세팅해놨다가 뺏기면 대리과장급으로 충원해야하는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서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엔지니어링업계의 적자생존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도 있다. 한 엔지니어는 “수천개사 중에 경쟁력이 없는 회사나 페이퍼컴퍼니가 사라지면 숨어있던 엔지니어들로 충원이 가능하다”며 “지난해 순위권에 든 회사들이 인력 채용을 충실히 하면서도 최대 실적을 낸 게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엔지니어링은 인력이 전부이기 때문에 향후 수주성장을 위해서는 신사업 발굴이 절대적”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