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연대 행동 등 대응방안 검토”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원기 기자=엔지니어링업계가 하도급 제한·금지법안에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탄원서 제출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발주청 권한이 강화돼 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하도급 금지에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산업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여서다.
A사 관계자는 “다른 산업처럼 하도에 하도를 주는 구조가 아니라 1차 하청에서 다 끝나는 게 엔지니어링업계다”라며 “원칙적으로 하도급이 금지되면 업계에 일감이 줄어서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 하도급은 일종의 협업 시스템으로 평가한다. 하도급을 주는 원청사와 이를 전문으로 하는 하청사의 협업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위 대형사라고 불리는 곳도 외주 없이 단독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일부 전문 공정이나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설계도면 작성을 맡기는 구조다. 측량, 풍동실험, 지장물 조사 및 문화재 지표조사 등 많게는 30개 항목을 대상으로 외주 계약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서별 외주 항목을 조사한 결과 ▲설계 내역서 작성 ▲보고자료 편집 ▲번역 ▲측량 ▲해역이용협의 ▲지장물 조사 및 문화재 지표조사 등이 공통 항목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하도급 금지가 시행될 경우 원청사는 인력을 추가 채용해야 하고 하청사는 일감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B사 관계자는 “아파트를 짓는 데 벽지부터 인터폰까지 전부 건설사가 담당하는 게 아닌 것처럼 엔지니어링산업도 마찬가지다”라며 “협력업체가 수십에서 수백개가 되는데 하도급 금지가 시행되면 하청사는 경영 악화, 원청사는 인건비 상승과 영업이익 감소를 겪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손명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건설엔지니어링은 통상적인 건설사업과 달리 발주청의 승인만 받으면 제한 없이 하도급이 가능해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의 하도급 계약에 발주청의 개입 여지가 높은 측면이 있다고 봤다.
반면 업계의 입장은 발주청의 권한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갑과 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가운데 권한만 더 부여된다는 지적이다.
D사 관계자는 “하도급 계약 전에 하청사의 실적, 참여기술자 등 증빙서류를 갖춰서 발주청에 제출해야 승인이 되는 구조다”라며 “일정 점수가 안 나오면 하도급 승인이 이뤄지지 않고 승인 과정이 늦어질 경우 과업기간 내 사업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연대 행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미 개정안 입법예고 기간에 총 2,816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린 만큼 업계는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발의됐던 원안과 차이가 없다고 평가받는다. 지난해 업계와 국토부, 의원실은 법안을 두고 지속 협의했지만 업계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업계는 현행과 같이 하도급은 원칙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건설사업관리 등 하도급 제한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수정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즉 법률에서 제한하는 사항이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사 관계자는 “발전위원회 회의에서 일종의 연판장을 돌려서 하나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공식적으로 탄원서라는 말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연대 행동 움직임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