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변하는 정책에 각종 외압까지 “수요 맞을리 없어”
민자사업 및 대형국책사업의 모든 폐해를 엔지니어링사에게 전가하는 법안이 상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김관영 의원은 타당성검토 상 수요예측결과가 실제보다 5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엔지니어링사업자가 발주청에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건설기술관리법 개정 법률안’을 6월 국회에 상정했다.
엔지니어링업계는 민자사업과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이해도 없이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법안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민자사업의 타당성검토는 공공투자관리센터가 총괄하고 엔지니어링사는 단순히 기술적인 자료만을 제공하고 있는데, 수요부족의 책임을 엔지니어링사가 도맡는 것은 불합리라는 지적이다.
A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수요부족 책임을 엔지니어링사에 지우려면 경제성 평가의 최종 승인권을 정부가 아닌 엔지니어링사에게 이양하는게 맞다”면서 “운영수입보장 등 민자사업으로 인한 폐해를 정부도, 국회도 책임지기 싫으니까. 만만한 엔지니어링사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예비타당성 검토대상은 민자사업 및 500억원 이상의 국책사업이다. 이 경우 PIMAC은 1억원 내외의 예산으로 타당성검토를 진행하는데, 보통 기술파트에 20~30%, 수요예측인 학술파트는 70~80%의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사는 이 대가가 턱없이 낮다고 지적한다. 2,000~3,000만원이 책정된 기술파트의 경우 사업수행기간인 4개월동안 3~4배의 경비가 소요되고 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손해를 보더라도 F/S에 참여하는 것은 실시설계를 따내기 위한 포석”이라며 “SOC시설물 건설의 가장 중요한 타당성검토가 서비스게임 정도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타당성검토 및 수요예측 시 각종 외압과 정부정책 변화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실제 타당성검토 시 높은 경제성이 도출될 수 있도록 각종 이권세력의 압력이 줄을 잇고 있는 것. “국회의원의 경우 맹목적 지역구 챙기기 때문에 타당성검토 시 줄기찬 외압을 가하고 있다.” 한 교통수요분야 엔지니어는 외압은 국회의원을 비롯해 발주처, 건설사 등 광범위하게 이뤄져서 일정부분 수요를 부풀리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증언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지자체발 민자사업인 용인경전철, 김해경전철이 대표적이 예다.
정부정책 변화와 지체로 인한 문제점도 수요예측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정감사 시 줄기차게 제기되는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주요 민자사업의 대부분이 계획됐던 개발계획이 늦어지거나 취소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구통계도 수요착오를 가져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지니어링사에게 수요예측의 실패를 떠넘기는 것은 외압을 가했던 정부, 국회의원 등 당사자들이 그들의 잘못을 덮기 위한 것이다”면서 “정부를 고객으로 하는 엔지니어링사 입장에서는 甲의 횡포와 불합리를 끊임없이 강요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수요예측은 계속 빗나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