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정리해고만이 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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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적 정리해고만이 답인가
  • 정장희 기자
  • 승인 2012.04.19 16: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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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시대 엔지니어링사의 경영방침은 간단합니다. 내년 감소되는 발주량을 예측해 효과적인 정리해고를 감행하는 것입니다.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고 인원감축을 소홀이 할 경우 인건비가 지출 구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엔지니어링사는 순식간에 폐업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해고도 기술입니다. 필요없는 인력을 효율적으로 솎아내되, 사내동요를 최소화해야 필수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있습니다. 씁쓸하지만 이게 엔지니어링 업계의 현주소입니다.”

사실 2년 전까지 엔지니어링사는 오너 입장에서 본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즉, 산업화시기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인프라를 건설했고 그 모든 수혜는 엔지니어링사와 건설사로 수렴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악재로 작용해야할 여러 사회현상들이 엔지니어링업계에서 만큼은 호재로 작용했다. 94년 성수대교,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와 구포역 참사, 대구지하철 폭파 등 건설분야에서 지탄을 받아야 할 사건이 터졌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감리기준 강화라는 일감확대의 선물을 받았다.

IMF때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이 쓰러질 때도 엔지니어링업계는 호황이었다. 정부가 경기침체를 반전시키기 위해서 SOC사업을 대거 발주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혹독한 IMF 구조조정 칼바람에 편승해 임금동결 및 삭감을 해가면서 과중한 업무를 강요할 수 있었다. 즉, 일은 몰려드는데 저임금으로 많은 일을 시키면서 엔지니어링사의 몸집은 커져만 갔다. 이러한 성장세는 계속돼 80~90년대 수백개에 불과하던 엔지니어링사는 최근 4,000개가 넘었다. 이 기조를 유지하는 데는 노무현, 이명박 정권 초까지 이어진 세계경제호황기조와 맞물려 있다.

결과론적으로 현재 엔지니어링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수혜를 받아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영향으로 온실 속 화초가 됐다는 것이다. 2000년도 초반부터 정부는 엔지니어링해외진출을 견인했지만 건설부문은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지원 없이 자력갱생해 수출목록 4위를 기록한 플랜트와 대별되는 상황이다.

경쟁력 없이 덩치만 키우는 방식으로 성장했던 엔지니어링사는 대형사업의 조기발주 마무리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보다 더 치명적인 점은 우리나라의 인프라산업이 선진화된 것이다. 즉 현재의 인프라 현황은 포화상태 상태이다. 실제 일본만해도 국민경제에서 인프라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6~7%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15% 수준이다.

기자는 최근 대형사를 그만두고 엔지니어링사를 창업한 A사장에게 창업한 진짜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무작정 정리해고만 하는 경영진에 진이 빠졌고, 서로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자 창업했다는 것이었다. 이 대답은 현 엔지니어링업계의 구조조정이 상시화 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해외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발주가 줄어드니 경영자가 꺼내들을 수 있는 카드는 정리해고밖에 없다.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관점에서 생각한다면 합리적 경영방침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엔지니어링발전, 그리고 더 큰 이윤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신사업발굴, 해외경쟁력 확보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경쟁력이 없는 엔지니어는 정리해야겠지만, 단순히 발주량에 따라서 대량해고하고, 대량채용하는 행태는 이제는 그만두어야 할 때다. 경영자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해서, 새로운 엔지니어링 시장을 창출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기사작성일 2012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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