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한 잣대와 처벌 없이 ODA사업 개선은 요원해
(엔지니어링데일리) 정장희 기자 = 지난 10일 2년여를 끌어왔던 로떼~락소이 도로설계사업이 3개사 자격박탈(Disqualified) 후 재입찰되면서 엔지니어링업계에 큰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로떼~락소이간 재입찰은 치열한 로비전과 실적확인, 상대컨소시엄 공격 등으로 얼룩졌던 밤콩대교와 똑같은 양상인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국민세금으로 수원국의 부패지수를 높이는 꼴이 된 EDCF론에 대한 재정립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100억원대 로떼~락소이 시작에서 재입찰까지=EDCF론으로 추진된 로떼~락소이간은 메콩강 낀엔장성 53.94km에 대한 도로설계를 수행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972만달러, 한화로는 103억원 규모로 2012년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건설협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감리협회, 설계협회에 의뢰해 14개사에 대한 Long-list를 뽑았다.
그 결과 ▶도화엔지니어링+다산컨설턴트+선진엔지니어링 ▶삼보기술단+건화+평화엔지니어링 ▶유신+동일기술공사+한맥 ▶수성엔지니어링+진우 등 4개 컨소시엄이 Short-list를 통과했다.
예정대로라면 작년 10~11월경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베트남 발주처인 Cuu Long(九龍) CIPM이 도로설계감리 실적을 20km로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국내 도로는 민자사업을 제외하고는 3~4km 수준의 공구로 나누어 발주되기 때문에 이 실적을 만족시킬만한 곳이 드물었다.
업계 관계자는 "ODA사업의 경우 암묵적으로 각 사업별 주력사가 있어, 실적을 주력사에 맞게 유도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경우는 오류가 있었던지 각 컨소시엄별로 실적이 부족하거나, 확인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제안서가 제출되자 A컨소시엄이 B컨소시엄에 대해 실적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발주처에 확인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B컨소시엄은 "A컨소시엄이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실적사항을 취득한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결국 B컨소시엄은 Cuu-Long CIPM에 사업을 포기한다는 공문을 제출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Cuu-Long CIPM은 로떼~락소이간에 참여한 모든 컨소시엄에게 실적확인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Cuu-Long사는 지난 10일 로떼~락소이에 대한 재입찰공고를 내고 주관사인 D, Y, S사를 제외한 다산컨설턴트, 선진엔지니어링, 건화, 한맥, 평화엔지니어링, 동일기술공사, 수성엔지니어링, 진우, 한국종합기술, 경동엔지니어링, 신성엔지니어링, 천일 등 기존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참여사에게 입찰초청서를 보냈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달 20일까지 EOI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2~3개의 컨소시엄이 구성될 것으로 보이지만, 컨소시엄간 격차가 많아 유찰될 공산도 배재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 엄정한 잣대와 처벌 선행돼야 ODA사업 정상화 가능=로떼~락소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반응은 자조적이다.
한국이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되면서 유무상원조인 EDCF, KOICA발주가 늘었지만, 업계 스스로의 과당경쟁으로 인해 한국발 ODA사업이 도덕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의 경우 ODA 사업의 엄격한 집행을 우선시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초 JICA 방글라데시 사이클론 상습지 개선사업에 가공의 고용계약서를 작성한 오리엔탈컨설턴트에 부정당 제재를 내리기도 했다. 또 2000년대 중반 일본 2위 엔지니어링사인 퍼시픽컨설턴트인터네셔널에 1년6개월의 부정당제재를 가하면서 3,000명 규모의 회사를 도산시킨 예가 대표적이다.
일본의 한 엔지니어링 관계자는 "JICA의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한국의 엔지니어링사 가운데 부정당제재를 받지 않을 곳은 한곳도 없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수원국을 지원하는 ODA사업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는 것은 각 엔지니어링사의 잘못도 크지만, 이를 운용하는 EDCF측의 잘못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Tied 시장에서 기술력이 아닌 로비력에 의해 평가된다면 한국이 Untied 입찰인 ADB나 WB사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C엔지니어링사 대표는 "ODA사업 기조가 상대편이 불법을 저지르니까 나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기조다. 사업을 따내 10~20%를 수원국에 로비자금으로 바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며 "모두가 동시에 깨끗해질 수 없는 구조라면, EDCF나 KOICA 등 지원주체가 엄정한 잣대를 만들어 불법업체에게 강력한 매스를 가해야 ODA사업이 정상화 될 것이다"고 했다. 아울러 ODA 지원주체가 먼저 도덕적인 행보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