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문화 타파해 엔지니어 육성, 수요인력 만큼 졸업생 배출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이공계 미래 인재 양성화 차원에서 토목, 건축, 전기, ICT, 기계 등 전 이공계 분야의 자격을 관리하는 글로벌제도를 도입해 한국엔지니어링 제도의 규제개혁 이뤄내야 한다.”
9일 새누리당 민병주, 전하진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공계 미래 인재, 어떻게 양성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주최했다.
한국기술사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국가산업기술인력 양성제도의 규제개혁과 산학협력교육 선진화 방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기술사회 엄익준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공계인력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설치하고, 우수한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선진국 엔지니어 육성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며, “공학교육과 산업현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한 실무수련제와 자격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공학교육인증제도와 자격제도의 연계해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기술사회 문행규 부회장은 ‘기술사자격 규제개혁방안’을 주제로 최근 방문한 미국 텍사스 TBPE(Texas Engineering Practice Act)를 사례로 글로벌기준과 한국현황을 비교했다.
문 부회장에 따르면 미국은 이공계인력을 크게 엔지니어와 테크니션으로 구분하고 있다. ABET(미국 공학교육인증원)를 거친 엔지니어그룹이 있고,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등이 테크니션의 범주에 해당한다는 해석이다.
특히, 문 부회장은 “엔지니어링관련 부처가 미래부, 산업부, 국토부 등 산발적으로 나뉜 것과 다르게 텍사스는 TBPE에서 토목, 건축, 전기, ICT, 기계 등 전 이공계 분야의 자격을 발급, 등록하고 민원접수까지 받는다”고 강조했다.
시험 응시자격에 관해서는 “미국은 ABET 졸업과 윤리시험을 기본적으로 통과한 후 FE시험과 PE시험을 보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문 부회장은 윤리시험에 대해 “미국 엔지니어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서명날인하고 책임을 지기 때문에 상사, 회사, 발주처가 부당한 일을 했을 때 소신대로 ‘NO'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 “PQ용 전관중시 문화, 순수 엔지니어 양성 저해”
발제에 이어 건국대학교 박재민 교수를 좌장으로 전문가 3인 토론 및 청중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패널로 참석한 본지의 정장희 팀장은 “최근 엔지니어링 분야 규제현황을 조사한 결과 법, 협단체가 너무 많아 업계가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엔지니어링산업법 등 최초의 모법이 중심으로 통합돼는 방향이 옳다”고 강조했다.
또한, 업계의 가장 큰 문제로 엔지니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꼽았다. “20~30대 엔지니어의 탈 토목 행렬이 지속되고 있고, 70~80대 1세대는 SOC 발주의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현장을 떠난 반면, 지금 현장에 남아 있는 50대 전후 엔지니어들은 갈 곳도 없다.“
정 팀장은 특히, “수주를 위한 고액연봉의 PQ용 전관은 늘어나는 반면 순수 엔지니어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며 “기술자격을 뛰어넘어 영어, 국제계약서작성 등 실제 해외필드경쟁력을 갖춰 해외에서 통용되는 엔지니어양성에 초점을 맞춰 전관과 차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플로워의 한 발송배전기술사는 발송배전 분야야말로 전관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한전 출신 감독관은 통상 30대로 젊은데 실무능력은 부족하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경험한 기술사들 눈에는 효율성 없는 전관투입이지만 막강한 권한을 가진 발주청 한전 측에 건의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 “양보다 질이 중요, 수요인력 만큼의 졸업생 배출해야”
한국공학교육인증원 김성조 수석부원장은 “기술사의 초기 진입장벽은 높은 반면, 기술사 취득 후의 역량 유지를 위한 지속적인 재교육 시스템과 같은 실효적 장치가 없다”며, “일정요건을 갖춘 공학교육 인증 프로그램의 졸업자의 경우 기술사보 자격을 부여하고 실무경험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학교육에 대해 청중의 한 토목기술사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한정된 이공계 인력수요에 비해 연간 배출되는 이공계 졸업생이 과다하다”며 “싱가포르처럼 현장 요구 인력이 100이면 양질의 이공계인력을 105정도 배출하는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부원장은 “한국은 연간 7만5,000명 이공계 졸업생이 배출돼 전체 졸업생의 절반을 차지해 OECD 중에 제일 비중이 크다. 미국은 전체 대학의 1/6에 달하는 400개의 공과대가 있는 반면 한국은 80%에 달하는 164개 공과대학이 있다”며, 공학교육인증제도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을 것이라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