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2025년 BIM 전면 의무화를 앞두고 발주처에서 BIM 도입이 시작되면서 엔지니어링업계는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스마트건설기술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BIM 전면 의무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발주처에서도 발맞춰 BIM 설계를 기반으로 사업들을 발주하고 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2023년까지 BIM 전면화를 선언한 뒤 본격적인 BIM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BIM 도입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먼저 최근 늘어난 수주를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BIM 설계로 업무가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BIM 도입으로 새로 3D 설계를 배워야 하는데 그동안 업무 공백을 메꿀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BIM이 도입되면서 벌어진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BIM 교육에 마치는 시간은 업무 50%, 교육 50%로 일과를 나눴을 때 최소 4개월은 필요하다”며 “만약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거나 합사에 참여한 경우에는 교육마저 불가능한 실정인데, 지금 수주한 것들로도 일이 차고 넘쳐서 교육도 미뤄질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A엔지니어링사는 업무 시간을 활용해 5~6인씩 팀별로 운영했던 BIM 교육을 야간으로 미룰 계획이다. 대신 직원들에게 야근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업무 시간에 교육까지 함께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해당 비용은 회사가 전부 부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A사와 같이 교육비로 사용되는 돈과 새로운 3D 설계 프로그램 구입비 등 비용도 부담이다. 오토데스크의 AEC, 벤틀리의 Openroads, CATIA, CIM 등 구입비용만 7,000만원~1억원이고 유지비용은 400~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현행 2D 설계프로그램인 오토캐드보다 최대 9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그렇지만 발생한 비용에 비해 얻는 대가는 거의 없는 편이다. 직원 교육과 프로그램 구입 등 투자 비용은 많지만 늘어나는 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한 ‘BIM 기술동향 조사 및 도로분야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BIM이 도입되면 설계는 편익이 0.33%에 불과하다. 정부가 67.12%, 시공은 32.55%의 이득을 챙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BIM 교육이 다 끝난 뒤에도 문제다. 교육이 끝나 BIM 실무가 가능해진 직원들을 타사에서 빼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BIM 설계뿐만 아니라, 실무 인력이 중요한 업계에서 인력 유출은 회사에게 큰 타격이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서는 BIM 교육을 마친 직원이 타사의 BIM 부서로 이직하는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막을 방도도 없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힘이 빠지는건 어쩔 수 없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도 BIM 교육에 대해 회의감이 들지 않을까 고민이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빼가기’ 같은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 그만이다”라며 “BIM에 맞는 제대로 된 대가를 요구하는 게 우선이지, 업계 내에서 엔지니어의 이직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