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는 그대로, 일은 두배로 “엔지니어링사만 출혈강요하는 B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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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는 그대로, 일은 두배로 “엔지니어링사만 출혈강요하는 BIM”
  • 김성열 기자
  • 승인 2021.08.18 09:36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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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부담에 인력 부족·유출까지...BIM 삼중고에 시달리는 엔지니어링사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2025년 BIM 전면 의무화를 앞두고 발주처에서 BIM 도입이 시작되면서 엔지니어링업계는 현실적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8년에 발표한 ‘스마트건설기술로드맵’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BIM 전면 의무화를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발주처에서도 발맞춰 BIM 설계를 기반으로 사업들을 발주하고 있다. 최근 한국도로공사는 오는 2023년까지 BIM 전면화를 선언한 뒤 본격적인 BIM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BIM 도입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먼저 최근 늘어난 수주를 소화하기도 벅찬 상황에서 BIM 설계로 업무가 늘어났다는 입장이다. BIM 도입으로 새로 3D 설계를 배워야 하는데 그동안 업무 공백을 메꿀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직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BIM이 도입되면서 벌어진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인력을 BIM 교육에 마치는 시간은 업무 50%, 교육 50%로 일과를 나눴을 때 최소 4개월은 필요하다”며 “만약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거나 합사에 참여한 경우에는 교육마저 불가능한 실정인데, 지금 수주한 것들로도 일이 차고 넘쳐서 교육도 미뤄질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A엔지니어링사는 업무 시간을 활용해 5~6인씩 팀별로 운영했던 BIM 교육을 야간으로 미룰 계획이다. 대신 직원들에게 야근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업무 시간에 교육까지 함께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업무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해당 비용은 회사가 전부 부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A사와 같이 교육비로 사용되는 돈과 새로운 3D 설계 프로그램 구입비 등 비용도 부담이다. 오토데스크의 AEC, 벤틀리의 Openroads, CATIA, CIM 등 구입비용만 7,000만원~1억원이고 유지비용은 400~2,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현행 2D 설계프로그램인 오토캐드보다 최대 9배에 달하는 가격이다.

그렇지만 발생한 비용에 비해 얻는 대가는 거의 없는 편이다. 직원 교육과 프로그램 구입 등 투자 비용은 많지만 늘어나는 이익은 미미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건설기술연구원이 연구한 ‘BIM 기술동향 조사 및 도로분야 도입방안 연구’에 따르면 BIM이 도입되면 설계는 편익이 0.33%에 불과하다. 정부가 67.12%, 시공은 32.55%의 이득을 챙겨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BIM 교육이 다 끝난 뒤에도 문제다. 교육이 끝나 BIM 실무가 가능해진 직원들을 타사에서 빼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BIM 설계뿐만 아니라, 실무 인력이 중요한 업계에서 인력 유출은 회사에게 큰 타격이다. 실제로 최근 업계에서는 BIM 교육을 마친 직원이 타사의 BIM 부서로 이직하는 사례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막을 방도도 없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힘이 빠지는건 어쩔 수 없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우리도 BIM 교육에 대해 회의감이 들지 않을까 고민이다”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빼가기’ 같은 표현은 적절치 못하다. 엔지니어가 필요하면 합당한 대우를 해주면 그만이다”라며 “BIM에 맞는 제대로 된 대가를 요구하는 게 우선이지, 업계 내에서 엔지니어의 이직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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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업탈출은 지능순 2021-08-23 11:37:52
연봉 올려줘봐라 서로 올려고 하지 돈은 안 올리면서 사람은 없다고 찡찡대는 수준하곤ㅋㅋㅋ

박용수 2021-08-20 08:57:16
oo Major사에서 대리1년차를 경력직이라고 빼가는게
과연 정도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대학원출신(2년후 대리) 신입사원을 채용해 키워서 멀리 보고
그 부서의 그 회사의 oo맨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기업정서상 맞지 않나?

1235 2021-08-18 16:57:11
해외에서 하는거 보니까 쉬워보이고 멋있고 좀 그럴싸한거같죠? 근데 그건 온전히 설계사가 배우고 터득해서 가져와줬으면 하는거고
나는 늘 하던대로 이게맞는지도 모르면서 설계사한테 떠넘길생각만하고
BIM 도입하자 그냥 ㅋㅋㅋ 산업하나 무너지는거 직접 겪어봐야지
아 무너져도 정신은 못차리겠지ㅋㅋㅋ

k 2021-08-18 14:55:48
이러니 한국 청년들 누가 설계사에서 일하고 싶을까? 설계사 경영진들은 이제 슬슬 저임금으로 조달 가능한 제3국 공대생들을 알아보는게 나을것 같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엔지니어링을 할수 없는 나라다. 동의 안되는 부류는 발주 기관 밖에 없다. 엔지니어링의 단물은 발주기관들이 빼 먹고 쓴 것은 설계사에 떠 넘기는 구조를 깨고 싶지 않겠지? 권한은 갖고 싶고 책음은 떠 넘기고 싶고, 돈 되는 것은 갖고 싶고 돈 안되는 것은 설계사에 넘기고. 선진사례도 배워서 좋은것은 먹고 안좋은것은 넘기고....참 언제까지 이 판이 유지 될까 궁금해진다.

ㅎㅎㅎ 2021-08-18 09:56:20
애초에 BIM얘기 나왔을때 부터 이럴줄 알았어요 ㅎㅎㅎ. 사업관리 공사관리 등 BIM관련해서 편익이 많은건 당연히 정부 및 시공사겠죠. 지금까지 설계를 해오던 설계사들은 해오던데로 하면되는데... BIM성과품 만들지도 모르고 비용도 아껴볼 심산으로 을중에 을인 설계분야에 떠넘긴 아이템이죠. 해외 선진 사례 들먹이며 ㅎㅎㅎ. BIM 전문팀에 비용을 주고 외주 처리하는걸 왜 설계사가 덤으로 할려고 하는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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