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묵은 예타면제 사업 낮은 진행률, 대선 앞두고 쏟아지는 공약에 사업 속도 불안감
(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2019년 예타면제를 받았던 사업들이 기대와 달리 지체 양상을 보이고 있다.
22일 엔지니어링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월 진행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 중 공사 진행 또는 시공사 선정 단계에 진입한 사업비중이 12.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체된 사업은 도로분야 사업 6건, 철도분야 8건, 공항 및 환경분야 2건 등 총 16건 사업 중 14건이다.
가장 빠른 사업 속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1,000억원대 인천 영종-신도 남북평화도로 공사로 지난 2020년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해 공사 단계에 진입했다. 전남 압해-화원 등 서남해안 관광도로 건설사업의 경우 롯데건설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해 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8,000억원대 세종-청주고속도로 사업의 경우 용마엔지니어링 컨소시엄-KCI 컨소시엄-태조엔지니어링 컨소시엄-대한콘설탄트 컨소시엄이 기본 및 실시설계를 진행 중에 있으며, 1조원대 울산 외곽순환도로 건설 사업의 경우 한맥기술 컨소시엄-다산컨설턴트 컨소시엄-KG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기본 및 실시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8,000억원대 부산 신항-김해고속도로 건설 사업은 서영엔지니어링 컨소시엄-천일엔지니어링 컨소시엄-삼안 컨소시엄이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수행 중에 있으며, 9,000억원대 제 2경춘국도 사업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기본계획 고시가 예상되고 있다.
반면, 철도분야는 도로 사업들에 비해 더딘 진행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받은 철도 사업 중 가장 빠른 속도를 보이는 사업은 3조1,000억원이 투입되는 평택-오송 복복선화 사업으로 4월 중순 낙찰사가 선정된다.
7,000억원대 대전시 트램사업은 동부엔지니어링 컨소시엄-도화엔지니어링 컨소시엄-동명기술공단 컨소시엄-유신 컨소시엄이 기본 및 실시설계를 수행 중에 있으며, 4조7,000억원대 남부내륙철도 사업은 지난 1월 기본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1조5,000억원대 충북선 철도 고속화, 1조원대 서울도시철도 7호선 포천 연결, 1조1,000억원대 대구산업선 건설, 4,000억원대 동해선 포항-동해 구간 전철화 사업의 경우 설계단계 조차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4,000억원대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 지하화 사업, 8,000억원대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사업 역시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사업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 대형 사업들의 병목화를 이유로 꼽고 있다.
A업체 관계자는 "2019년 당시 총 사업비 20조원에 육박하는 대형 사업 16개가 동시에 예타면제 대상이 되면서 쏟아졌다"며 "정부가 사업에 대한 예산확보, 기본계획 등 구체적인 계획없이 대형 사업들을 한번에 쏟아냄에 따라 오히려 사업 진행 속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관련 사업들의 진행 속도가 더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선 및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SOC 사업들이 우후죽순 공약으로 나오면서 기존 사업들과 사업 진행 순위를 두고 경쟁구도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유력후보들이 SOC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공약 중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의 경우 사업 진행 순위가 당겨질 수 있어 기존 예타면제 사업들과 진행 순위를 두고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부 차원의 정리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