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욱 의원 "앞으로도 여러 차례 토론회 개최해 의견 반영할 것"
(엔지니어링데일리)김성열 기자=최근 벌어진 정자교 붕괴사건과 관련해 저가 안전점검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1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최한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 이후 노후시설물 안전 확보 방안 긴급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낮은 사업 대가로 인해 불법 하도급이 늘어나고 점검 수준이 저하됐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에 앞서 발제를 맡은 최명기 한국건설품질기술사회 부회장은 정자교 붕괴 원인으로 12가지 추정안을 들고 나왔다. 붕괴에 취약한 캔틸레버 구조라는 것, 교량에 가로등, 상수관로 등 추가 하중이 작용하면서 변형이 촉진됐다는 것, 혹은 철근 피복두께가 부족하다는 점 등 다양한 추정이 제시됐다.
이런 추정과 별개로 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인명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만큼 부실 안전점검이 붕괴사고의 주 요인으로 꼽혔다. 최 부회장은 저가 안전점검이 부실 점검을 야기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봤다.

실제로 최 부회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상반기 총 180개소 교량의 일괄 정기점검 용역비는 5,720만원으로 1개소당 31만7,000원 꼴로 밝혀졌다. 비슷한 규모 교량의 적정 점검 대가는 정기안전점검 기준 460만원으로 약 14배 정도 차이나는 셈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총 16만7,603건의 안전점검‧진단이 발주됐는데, 이중 86.6%인 14만5,166건이 산정기준 대비 70%미만 저가로 계약됐다. 민간발주의 경우 전체 발주 물량의 83%가 산정기준 대비 10% 미만 금액으로 계약되는 등 저가 발주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광년 국토일보 편집국장은 “국민 안전에 돈이 뭐가 중요하냐”면서 “국토부의 시설물 유지관리 정책이 부재하면서 후진국에서나 일어날 일이 다시 벌어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저가 발주는 안전진단 업체들의 불법 하도급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단가를 맞추기 위해 무자격자를 고용하기도 하면서 점검 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해당 하도급 업체들은 안 그래도 낮은 낙찰가의 50% 내외 가격으로 불법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재훈 한국교량및구조공학회 회장은 “외국은 진단‧유지관리 분야를 가장 우수한 인력이 맡고 있다”면서 “검증된 업체들은 수의계약도 맺으면서 전문성을 보장받는데, 우리는 이런 부분에서 공개 입찰로 저가 경쟁이나 하고 있으니 기술력을 보장받을 수 없는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또 안전점검이 매뉴얼화 되면서 다각적인 측면에서 안전점검이 불가능해졌다는 것도 문제로 언급됐다. 이번 정자교에서 무너진 인도 부분은 차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검 기준에서 중요도가 낮게 책정되는 등 정량화된 기준으로 인해 평가 자체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조경식 토목구조기술사회 회장은 “2022년 말 B등급(양호)가 나왔던 정자교가 몇 달 만에 붕괴한 것은 점검 내용에 부실이 있는게 아니라, 점검 기준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같은 내용으로 평가를 했을 때 E등급(붕괴)가 나오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를 바탕으로 노후시설물에 대한 안전보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통적인 입장이다. 김양중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초대회장은 이번 사고가 시설물 붕괴 도미노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정자교가 완공된 시기에 지어진 5개 신도시 모두 붕괴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당시 모래도 없어서 바다에서 대충 꺼내 쓰고, 철근도 부족해서 외국에서 아무거나 사올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았고 급하게 만든 것이 현실이었다”면서 “그때 지어진 건물과 시설물들에 대해 높은 수준의 안전점검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주체가 시설물 안전점검‧진단에 필요한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수주금액 85%까지 기준을 상향하는 등 평가제도 대상을 확대해 저가 발주를 막아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용역 참여자 실명제도와 적정성 이행여부 확인을 위한 감리제도 도입을 통해 전문성을 보장하는 안도 더해졌다.
이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공중이용시설 대상을 확대해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기술자를 초급에서 중‧고급으로 상향하고 교육을 2년 주기로 단축하는 등 인력 역량 향상에 대한 제도화도 언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