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그늘③]뒷걸음질 치는 해외경쟁력, 상이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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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의 그늘③]뒷걸음질 치는 해외경쟁력, 상이한 제도
  • 정원기 기자
  • 승인 2024.04.16 09: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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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 발주, 해외 실적 부족
“ODA 규모 경제 수준에 맞게 확대해야”

(엔지니어링데일리)정원기 기자=국내 엔지니어링업계가 매년 역대 최고 수준의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해외에서의 입지는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해외 시장 진출을 독려하지만 현재 시스템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치라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해외시장 점유율은 0.9%, 6억4,520만 달러 수준이다. 지난 2015년 2.4%, 15억7,880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오는 2027년 해외시장 점유율을 2%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업계의 시각은 부정적이다.

▲ '분할 발주' 내수 위주의 산업 제도

공공발주가 감소하고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엔지니어링사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세계 인프라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GIH(글로벌인프라허브)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세계 인프라 예상 투자액은 총 39조7,000억 달러다. 이 중 도로, 교량 분야가 10조3,000억 달러, 25.9%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쪼개기 발주로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해외 사업 입찰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A사 관계자는 “실제 기술력이 뛰어나도 국내 사업만으로는 실적을 쌓을 수 없어서 해외 기업이 주관사인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서브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과도한 지분 요구와 같이 핸들링 당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1사 1공구와 컨소시엄 규정은 중견, 중소사의 수주 기회를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프로젝트를 분할해 발주하다 보니 이렇다 할 실적을 쌓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한국도로공사는 고속국도 제10호 남해선(칠원~창원) 확장공사 실시설계 엔지니어링에 대해 7.3km, 5.76km로 나눠 발주했다. 1개 업체가 신청 가능한 공구 수를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종합기술제안서 평가대상인 핵심전문가, 사업수행능력평가 대상인 책임기술인, 참여기술인이 중복되는 경우에는 중복된 입찰 건 모두 평가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실상 한 개의 프로젝트를 최대한 많은 엔지니어링사가 수주를 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반면 해외는 작은 공구 단위로 세분화하지 않고 단일 공구로 발주하는 게 트렌드다. 공구를 나눠서 발주하더라도 국내와 다르게 연장 자체가 길다. 최근 아프리카개발은행이 발주한 탄자니아-브룬디 SGR 사업은 156km, 126km로 나눠 발주했다.

B사 관계자는 “국내는 사업 크기와 지분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분위기여서 쪼개기 발주가 많아 대규모 실적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발주처 내부적으로 평가하는 게 다르지만 해외의 경우 연장이 긴 사업에 참여하려면 비슷한 규모의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주도 PMC, 관리능력↓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은 사업 영역을 PMC로 확장하고 있다. PMC는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수익성이 좋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업초기 기획단계부터 완료, 운영까지 사업 전 과정을 발주처를 대신해 수행하는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국내에서 PMC의 중요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칼리파가 지어지면서 알려졌다. 부르즈 칼리파는 UAE 두바이에 위치한 건축물로 높이 828m, 163층을 자랑한다. 이 건축물의 시공은 삼성물산, PMC는 아카디스가 맡았고 각각 4억6,000만달러, 2억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 총액은 삼성물산이 높지만 1인당 생산성은 아카디스가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공사 기간 삼성물산은 하루 평균 1만명을 투입한 반면 아카디스는 100여명이 투입됐다. 단순 계산하면 아카디스의 1인당 생산성은 200만달러로 삼성물산의 5배에 해당한다. PMC의 수익성이 더 좋다는 의미다.

C사 관계자는 “적은 인력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PMC가 왜 고부가가치 산업인지 보여준다”면서도 “시장 파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발주처가 사실상 PMC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서 냉정하게 실적 확보와 성장이 더디다”고 전했다.

글로벌 PMC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237억 달러에서 2022년 260억 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다만 국내 PMC 산업의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국내 PMC는 발주처인 공기업이 독점하는 구조로 엔지니어링사는 실적과 역량을 축적할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민간이 PMC를 주도하는 미국과 캐나다, 유럽과 대비된다.

이 관계자는 “시공관리나 상시설계의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92~95%지만 PMC의 기술력은 이에 한참 못미치는 75% 수준”이라며 “한국은 민간기업이 저부가가치에 속하는 사업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했다.

▲“EDCF 자본력 키워야”

이처럼 실적은 해외 사업 수주의 걸림돌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철도나 도로 등의 전체 공사 실적 등을 요구하는 게 대부분이어서다. 실적 자체가 부족하다 보니 해외 시장에서 나오는 입찰 참여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EDCF 역할론을 강조한다. D사 관계자는 “해외 발주처에서는 EDCF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기조가 있다”며 “아무래도 JICA와 같은 곳이 규모도 크고 맡는 비중이 더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내 엔지니어링업계가 실적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ODA 지원실적을 살펴보면 다른 국가와 비교해 차이가 크다. 지난 10년 간 한국의 지원액은 총 119억 달러다. 같은 기간 일본은 1,018억달러를 지원금액으로 사용했다. 한 해 평균 101억8,000만 달러로 한국의 10년 총액과 비슷하다.

자본력이 밀리면서 향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사 관계자는
“ODA 지원 금액이 적어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한국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ODA 사업은 공여국 기업이 수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국, 일본이 적극적으로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ODA 역사가 짧아서인지 방향성이나 전략이 구체적이지 못하다“며 ”지금이라도 경제 수준에 맞게 ODA 금액을 일본 수준으로 높여야 일감을 창출할 수 있고 이미 말했듯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해외 SOC 지도를 확장해야 기본설계, 실시설계, 시공감리, 유지관리 등의 후속 사업에 강점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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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라임 2024-04-16 21:07:25
괜히 나갔다가 p사처럼 수금 못하면 한방에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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