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엄성용 수출입은행 경협사업본부 부행장]“40조원 공여한 EDCF, 대한민국 브랜드 수출로 국부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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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엄성용 수출입은행 경협사업본부 부행장]“40조원 공여한 EDCF, 대한민국 브랜드 수출로 국부 창출”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5.03.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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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성용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사업본부 부행장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한국전쟁 이후 최빈국이였던 한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면서 전세계 최초로 수여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된 국가가 됐다. IMF와 글로벌금융위기 등의 위기 속에서도 한국은 EDCF를 앞세워 국제원조를 이어왔다. 원조는 동남아를 중심으로 도로, 교량 등 SOC분야의 투자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그 영역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해 가고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전세계가 신냉전을 넘어 또 다른 세계관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외원조 의미와 그 방향성을 찾아보고자 엄성용 한국수출입은행 경협사업본부 부행장을 만났다.

▲간략한 소개를

-80년대 초에는 우리나라가 중화학공업과 같은 분야를 육성하면서 선진국과 경제협력이 많았다. 글로벌화가 되면서 선진국이 아닌 개발도상국과 경제협력이 중요해졌다. 그들과의 접점을 높이기 위해서 대외기금 설립 논의가 진행됐고, 1987년 7월에 EDCF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당해년도에 2건에 대해 170~180억원 규모의 승인을 했는데 이게 EDCF의 첫 사업이었다. 지난해 기준 22개사업에서 4조9,000억원 정도를 승인했고 1조8,000억원이 집행됐다. 누적 기준으로는 59개국에 544개사업, 38조7,000억원을 승인하고 15조8,000억원이 집행됐다. 한국기업들이 개도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게 EDCF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한국 경제수준 대비 규모가 작은 것은 아닌가

-EDCF는 세금으로 조성되는 기금이다보니 규모면에서 다른 차관과 비교해 한계는 있다. 이러한 부분은 금융기관 컨소시엄, 우리는 협조융자라고 하는데 각각의 기금들의 장점을 모아서 공동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건 해외도 마찬가지다. 한 나라의 대규모 SOC를 한 국가에서 모두 다 지원해주는 것은 쉽지 않다. 또 공적재원을 넘어서 민간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PPP형 사업도 많아져야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공여가 어떻게 국가의 부로 연결되나

-예를 들면 지금 마닐라에 가보면 남북으로 연결하는 메인도로가 있다. 엣사(EDSA)도로라고 하는데 거기에 일본에서 깔아준 MRT가 있다. MRT를 타보면 일본이 지원해준 MRT라는 것들이 표시돼 있고 이걸 필리핀 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어떠한 교량을 지원해준다고 하면 그나라 국민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단순하게 우리에게 물건을 파는게 아니라 경제 성장을 지원 해준다고 알게 될 것이다. 그게 결국 긍정적인 국가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질 것이고 제조업, 문화 등 다방면으로 확대될 것이다.

▲EDCF 사업 선정 기준은

-기본적으로 개도국에서 요청하는 사업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 물론 그들도 경제성장을 위한 자체적인 계획들을 다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그걸 모두 지원해주는 건 아니다. EDCF가 고려하는건 국내기업과 국가에 더욱 큰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사업이 우선고려대상이다. 가령 토목사업만 보더라도 그냥 도로를 깔기보다는 기술과 공법이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서 우리나라의 기술력, 제품이 많이 쓰이도록 하도록 의사결정을 한다. 그리고 결국 그러한 결정이 좋은 인프라로 이어지고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준다. 최근에는 모든 사업을 건설로 연결하지 않고 타당성검토만 모아서 지원을 결정하는 사업모델도 늘어나고 있다. PGN같은 경우도 건설을 지원하는 건 아니고 일단 상세설계만 떼어내서 차관하고 있는 사업이다.

▲최근 EDCF 대표적 사업은

-규모 면에서 보자면 2억달러 이상 투입된 베트남 밤콩교량이 역대 최대규모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강변북로처럼 필리핀 라구나 호수를 따라 연결되는 라구나 링로드사업이 있다. 또 인도네시아는 지금 신수도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데 그 중심과 공항을 이어주는 고속도로에 큰 강을 침매터널로 연결하는 사업도 승인했다.

▲PGN 사업은 어떠한 의미가 있나

-필리핀은 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도서국가다. 과거 두테르테 정부에서는 BBB(빌드빌드빌드)에서 BBM(빌드베터모어)으로 정책이 변화되면서 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파나이와 네그로스 두 개의 큰섬 사이를 귀마라스를 통해 연결하는 PGN도 이러한 정책기조의 일환이다. 우리가 이 사업을 지원하게 된건 해외에서 이미 교량사업에 대한 경험이 있고 기술력을 갖춘 시공, 엔지니어링사가 있어서다. PGN 전체사업비는 50억달러로 초대형 사업이다.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 실시설계를 우리 기업이 함으로써 시공까지 가져올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보면 된다.

▲필리핀 시장의 향후 전망은

-과거 EDCF 지원을 받는 수원국 순위에서는 베트남이 압도적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현재는 방글라데시가 1위, 2위가 베트남, 3위가 필리핀이다. 필리핀 시장이 급성장하게 된 건 앞서 말한 BBB나 BBM과 같은 정책기조가 명확해지면서 필리핀 정부가 차주가 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지원규모가 증가했다. 2022년에는 정부 간 약정 체결로 30억달러 정도를 지원하도록 금액이 설정됐다. 올 초에도 필리핀 정부와 정책협의를 했는데 필리핀에서 17개 사업에 70억달러 규모의 차관을 원했다. 대부분 도로와 교량, 홍수통제사업과 같은 것들로 구성돼 있다.

▲EDCF가 주목하는 신시장은

-기본적으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적으로 교류가 많은 아시아 지역을 눈여겨볼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우리나라를 개발 모델로 삼아 자국을 성장시키려고 하는 사례가 많다. 생각하는 이상으로 그쪽에서 사업이 많다. 아프리카도 빼놓을 수 없다. 큰 대륙에 수 많은 나라들이 있는데 인구가 많고 젊은세대 비율이 높은 편이라 발전가능성이 높다. 모든 수요를 우리가 충족시킬수는 없겠지만 이들 지역의 발주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업계에 대한 조언은

-엔지니어들은 타당성조사부터 기본설계, 실시설계, 시공감리까지 수행하다보면 최소 1년에서 많게는 3~4년씩 해외 현장을 지켜야 한다. 기술력은 기본이고 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또 하나는 고급기술자, 중급기술자, 초급기술자까지 기술력이나 경험이 사장되지 않게 상호간 전수가 잘 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우리도 젊은 인력이 EDCF사업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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