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누가 왕이 될 상인가” 아시아 지배하는 중일 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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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누가 왕이 될 상인가” 아시아 지배하는 중일 ODA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5.04.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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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최근 한국의 EDCF가 필리핀 PGN 교량과 방글라데시 카르나폴리 교량 등 역대 최고 수준의 원조사업을 갱신해나가면서 한국의 ODA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시아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일본 ODA인 JICA와 급격하게 세를 확장시키고 있는 중국 차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본지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간하고 있는 북경사무소 브리핑과 지난해 JICA가 공개한 2023년 연례보고서를 통해 양국의 차관을 집중 분석했다.

▲2경원 무역효과로 나타난 중국 ODA, 채무부담의 덫

중국 ODA 파급력은 2013년 시진핑이 제시했던 일대일로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남미-유럽을 연결하는 일대일로는 2023년 6월 기준 전세계 150여개 국가와 30여개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프라 연결로 인한 일대일로 협력국가 간 수출입총액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여년간 19조1000억달러(2경7,200조원)로 연평균 성장률은 6.4%에 달하고 있다.

일대일로를 가능케 한 중국의 ODA는 중국수출입은행, 중국개발은행, 실크로드금융, 중국산업은행 등을 통해 이뤄진다. 중국은 이들을 중심으로 저금리, 상업성 차관을 혼합한 ODA 통해 도로, 철도, 항만 등을 건설하고 있다. 이 중 실크로드 펀드는 2023년 6월말 기준 220억4,000만달러(31조5200억원) 규모, 75개 일대일로 건설과 관련한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중국의 주도로 설립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자도 같은기간 227개 사업에 436억달러(62조3,700억)가 승인됐다. 다만 중국 ODA는 계약 자체를 비공개하는만큼 실제 세부적인 지원국과 규모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중국 차관의 특징은 막대한 자금력을 통한 영향력 확대에 있다. JICA를 비롯한 전세계 다자간개발은행이 수원국의 요청사업을 위주로 진행된다면 중국 ODA는 수원국 전반의 인프라 건설과 함께 중국의 경제 의존도를 높이는 방법이 융합돼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중국과 대척점에 있는 국가들은 중국 ODA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리랑카 함반토타 항구 임대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차관을 통해 항만을 건설했지만 디폴트에 빠지면서 함반토타 항만을 중국에 99년 임대하기로 했다. 일명 부채 함정 외교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국가에 대한 광산, 석유 등 채굴권 확보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중국은 아프리카 잠비아와 에티오피아에서 중국 차관을 통한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상환을 못하면서 채굴권을 중국에게 넘겨준 바 있다. 채굴권은 중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제공되고 수원국의 주권과 자원에 대한 통제권 약화의 결과를 낳는다.

여기에 중국은 일부 국가들과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촉진하고 공자학원 설립을 통해 문화·교육 분야의 영향력도 키우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6월말까지 총 13개 중국자본은행이 50개 일대일로 협력국가에서 145개의 1급 기관을 설립했고 131개 일대일로 협력국가의 1,770만개 상점에서 유니온페이 카드 서비스를 개설했다. 또 일대일로 협력국가에 313개의 공자학원과 315개의 공자 교실을 설립하고 한어교 여름캠프 프로젝트를 통해 일대일로 협력국가에서 약 5만명을 중국으로 초청해 공부하도록하는 등 전방위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신뢰 높은 JICA, 자립지원 명분 일본 유전자 삽입

JICA는 1954년부터 기술협력과 ODA 차관, 무상원조를 통해 2023년까지 150개국에 440조원을 지원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350조원(2,931건) ▲중동 31조원(220건) ▲중남미 20조원(179건) ▲아프리카 16조원(212건) ▲유럽 13조원(60건) 등의 누적지원액을 보였다. 이 중 상대적으로 지원이 늦었던 중동과 아프리카의 경우 급속도로 JICA 자본이 침투하면서 지역 다각화가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ODA의 절대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55조원 ▲필리핀 40조원 ▲베트남 28조원 등이 1~3순위를 기록했다. JICA는 2022년도에만 20조원의 ODA 를 지원했는데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수치다.

JICA는 프로젝트 진행 전 환경 및 사회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수원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사업을 설계한다. 중국 ODA가 급진적 성향을 보이며 속도전을 보이는 것과 달리 JICA의 절차는 까다롭고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수원국 입장에서 JICA의 모델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원조로 평가받는다.

JICA의 개발협력은 단순 자금 제공을 넘어 현지 맞춤형 기술지원과 인적자원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쉽게 말해 일본의 유전자를 수출하는 셈이다. JICA는 1954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국 기술자, 공무원, 실무자 등을 교육해 총 67만9,211명의 연수생을 양성했다.

JICA의 기술자 양성은 JICA의 지원을 받는 우선순위 국가와 관련성이 높다. 앞서 언급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JICA의 지원을 받는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의 누적 연수생은 각각 ▲4만6,596명 ▲4만2,812명 등으로 이분야에서도 1, 2위를 차지했다. 이들 다음으로 누적 연수생이 많았던 국가는 중국으로 3만8,046명이 혜택을 받았다. JICA는 중국에 대한 지원으로 33조원을 지출했다. 일본을 가장 많이 채용했다는 태국의 경우 그동안 24조원을 지원받으면서 동시에 3만2,449명의 양성 기술자가 탄생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JICA 지원이 5조9,000억원 연수생은 6,178명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일 양국의 차관은 방법은 다르지만 모두 ODA를 통해 길을 내고 있다는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이 거대한 자금력과 정치적 압박카드를 통한 전랑 외교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면 일본은 현지의 자율성, 다양성보다는 일본 모델의 이식과 유전자 삽입을 통해 경제적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한 해외사업 전문가는 “오랜시간 뿌리를 내려온 JICA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붙는 중국의 ODA를 한국이 따라가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국내에서 엔지니어 부족을 고민하고 있지만 해외는 더욱 심각한 상황인만큼 우리의 기술경쟁력과 ODA를 어떻게 잘 융합해 한국형 ODA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지 고민해야할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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