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환경 이슈로 추가됐지만 “책임 희석하려는 것”
(엔지니어링데일리)박성빈 기자=설계사의 과업부담이 10여년전과 비교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성과품만 제출하면 됐던 과거에 비해 검토, 평가 등에 대비해야하는 것을 고려하면 그나마 오른 대가도 유명무실하다고 주장한다.
24일 엔지니어링업계에 따르면 2010년대 중반부터 설계 분야 업무로 안전성검토, 공기적정성검토. 특정공법심의, 설계용역평가 등이 추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본 설계 업무와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비용이 동일한 탓에 기한이 빠듯하고 늘어난 과업에 비해 대가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안전성검토는 시공과정에서 나타나는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등장했다. 책임주체는 발주청이지만 안전보건대장이나 설계안전검토 보고서를 쓰는 등의 실무는 설계사가 해야 한다. 공기적정성검토는 공사기간이 밀리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시공 경험이 드문 설계사 입장에서는 관련 인력이나 프로그램이 없으니 전문업체에 하도급을 주는데 안전성검토와 묶어서 내놓는 경우가 많다. A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공기적정성검토는 대가가 따로 산정되지만 크지 않고 안전성검토는 아예 없다”며 “정해진 대가에서 외주를 맡기면 정말로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특정공법심의도 업체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특정공법심의는 시공에서 쓰일 새로운 공법이나 기술을 설계사가 제안하면 발주청이 심의위원회를 통해 선정하는 과정이다. 업계는 각 공법의 경제성이나 시공성을 고려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 자체가 오래걸리고 팀장 선에서 선별된 기술이 상위급에게 채택되지 않으면 다른 공법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부터 국토부의 실무 매뉴얼에 포함돼 대부분의 설계 업무에서 강행된다”며 “심의과정에서 상위 결재 라인의 보직이 변경되면 처음부터 다시 보고서를 쓰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각종 검토와 설계를 끝내도 설계용역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기업은 평가항목이 지나치게 정성적이고 그래서 요구하는 보고서 분량도 매우 많다고 울상이다. B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발주자와의 의사소통, 과업기간 준수 노력, 참여기술인 참여도 등을 도대체 어떻게 측정하라는 건가”라며 “성과품으로 품질이 증명되는 걸 왜 이렇게까지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PQ 배점 2점으로 들어가 다음 사업에 영향을 주니 족쇄규정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해당 과정들은 시공에서 불거진 환경·안전 문제로 이목이 쏠렸던 2010년대 중반부터 도입됐다. 가령 도로 설계에서는 비점오염시설의 설치가 필수다. 우수와 콘크리트·아스팔트 포장면이 맞닿으면 오염물질이 생성된다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 때문에 생긴 절차인데 이 역시 특정공법심의를 거쳐야 한다. 일각에서는 발주청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한 장치라고 보기도 한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특히 특정공법심의는 신공법을 살리자는 취지로 포장됐지만 친환경 기술을 쓰라는 요구나 마찬가지”라며 “환경·안전 리스크를 설계사가 같이 짊어지길 원하는 셈이고 문제가 생기면 전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원 공사 기준 10년간 10% 인상, 물가 고려하면 적자
과업이 늘어난 것에 비해 대가는 정체됐다. 설계사가 2015년에 100억원 공사의 실시설계를 수주했다고 가정하면 당시 요율은 2.94%로 대가는 2억9,4000만원이다. 같은 일을 최근 수주했다면 현행 요율은 3.26%, 3억2,600만원을 지급받는다. 10년 사이 약 3,000만원가량 10% 올랐다. 소폭 인상된 것처럼 보이지만 물가를 고려하면 다르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물가는 지난해까지 18.8%포인트 올랐다. 물가인상률과 대가인상률을 단순 비교하면 물가인상률의 인상폭이 더 커 기업에 남는 이윤은 되레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마저도 안정성·공기적정성 검토를 외주업무로 넘기고 몇 년 사이 추가된 과업에 시달리면 적자인 것이다.
업계는 과업을 VE(경제성검토)처럼 별도 발주하거나 대가가 지금보다 인상돼야 한다고 진단한다. C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타당성조사나 VE가 남는 이익이 크지 않아도 마음은 훨씬 편하고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도 적다”며 한숨 쉬었다.
설계비는 산출된 금액에서 50% 이런식으로 깍아버리는게 현실
설계비도 인건비 베이스로 제대로 산출 되어야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