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엔지니어링 산업구조의 분석과 전략적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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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엔지니어링 산업구조의 분석과 전략적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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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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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연구실 이재열 연구위원
최근 한․중 FTA 및 AIIB 출범 등으로 우리 엔지니어링․건설 기업의 중국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중국의 엔지니어링 산업구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했다.

중국과 수교(1992년) 이후 한․중 양국의 교역규모가 크게 증가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비중은 24.8%로 미국(12.0%)의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2000년~2017년 중 대중 무역수지는 5,535억달러로 전체 무역수지 흑자(6,231억달러)의 중국기여율은 88.8%에 달했다.

▲ 우리나라 무역수지 추이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그러나 한․중 양국의 전체적인 교역규모의 급증에도 국내기업이 2017년중 중국에서 수주한 엔지니어링 서비스 금액은 11건에 1,530만달러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하며 EPC 수주규모도 2017년중 2.4억달러로 전체 수주금액의 0.8%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에서 수주한 건당 평균금액도 엔지니어링은 1.4백만달러, EPC는 3.0백만 달러로 전체 국가평균에 비해 크게 적었다.
 
▲ 국내기업의 중국 및 세계시장에서의 EPC 수주규모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서 수주한 프로젝트의 경우 대부분 국내 그룹계열사가 현지에서 발주하거나 합작법인을 통해 발주한 프로젝트이며 순수 중국기업으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엔지니어링․건설 분야에서 중국시장에 진출이 부진한 것은 중국의 엔지니어링․건설 분야에 대한 보호주의, 국기술자격제도 및 업 면허 제도 등의 제도적 진입장벽, 고급 기술분야에서 차별적 경쟁력의 미보유 등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WTO 정부조달협정(GPA)에 가입되어 있지 않고 2015년 한․중 FTA에서 정부조달챕터는 포함되지 않아 정부조달시장에 대한 입찰참여는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WTO GPA 가입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는 중국은 한중FTA에서 GPA 논의에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2015년 한중 FTA에 정부조달챕터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대신 중국이 GPA에 가입하면 정부조달챕터 협상을 시작하는 조항을 두었다.

그러나 한․중 FTA 체결로 중국내에 설립된 한국의 엔지니어링사는 중국시장 외의 지역에서 수행한 실적을 인정받아 중국 내에서 발주되는 PPP 인프라 시장의 입찰에 참여가 가능하게 되었다.

2015년 12월 20일 발표된 한중FTA에서는 양국이 상품분야의 개방에 초점을 두고 합의한 반면 서비스 부문은 중국의 상대적인 경쟁력 열위를 반영해 일부 개방에만 합의하고 발효 2년내 관련협상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5년 한중FTA에서 엔지니어링·건설 부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으나 주목할 점은 2015년 한중FTA의 양허사항에 건설과 관련하여 중국에 설립된 한국업체의 자격심사에서 중국 외의 지역의 실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한 점이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한국 엔지니어링 및 건설사는 중국시장 외에 한국과 제3국에서 수행한 실적을 인정받아 중국의 대형 PPP 사업입찰에 참여가 가능하다.
 
▲ 중국 엔지니어링 내수시장 규모추이
중국의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규모는 2017년 315억달러로 추정된다. 엔지니어링 서비스 시장규모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전문기업의 매출이며,EPC 기업 및 종합건설기업의 매출은 제외된 수치다.

2010~15년중 6.1%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중국의 엔지니어링 서비스시장은 시장성숙도를 반영하여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2018~20년중에는 3% 중반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 중국 엔지니어링 업체 규모
중국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공급하는 전문기업들의 업체당 평균 매출액은 2017년 기준 46만달러, 업체당 평균 고용자수는 8.2명 수준으로 매우 영세하다. 반면 중국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의 이익률은 20% 후반대(2017년 27%)로 5% 미만의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높다.

반면 중국의 엔지니어링 기업 근로자의 연 평균 임금은 1만불 수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보다 훨씬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기준 중국의 엔지니어링 기업체 근로자 임금은 9,800불 수준으로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기업체 소속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 41,656달러의 1/4수준이었다.
 
▲ 중국 엔지니어링 종사자의 인건비 추이
중국 엔지니어링산업의임금상승률은 2009년~2016년 연 평균 5.6% 상승했으나, 지난해 이후 3%대로 낮아졌으며, 금년이후 3% 내외의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중국은 국유 대형기업은 설계에서 시공까지 EPC 형태로 일괄하여 발주되는 신흥시장국 중심의 시장확대에 대응하여, M&A 등을 통하여 대형 EPC 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국내시장을 선도하고 해외 경쟁력을 갖춘 일류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기업합병 등을 통하여 업종별 EPC 형태로 수직계열화한 대형기업을 육성하여 해외에서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총 설계매출기준으로 세계 5대 설계기업 가운데 3개가 중국기업이며, 공사기업의 1~5위가 모두 중국기업이다.

중국은 EPC 모델로 해외시장에 진출하여 이미 발전 설계 및 공사 분야에서는 우리를 뛰어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고 토목 및 화공플랜트 부문에서도 조만간 우리와 대등한 수준에서 경쟁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발전분야의 경우, 중국은 다수 설계기업과 공사기업을 통합하여 2개의 초대형 EPC사로 재편해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전력건설(Power China)와 중국에너지(Energy China)가 2011년 모든 발전 설계원과 지방발전 공사업체를 통합해 2개의 대형 EPC사로 재편하여 해외에서 우리나라 EPC 기업과 같은 LSTK(Lump Sum Turn Key)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토목건축은 총 공사 매출규모에서 중국건축, 중국철도그룹, 중국철도공사, 중국교통공사 등의 중국기업이 세계 1~4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은 자금력과 풍부한 사업경험을 바탕으로 EPC 모델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 주요 세계 및 중국 엔지니어링 서비스기업, 2016년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의 재정지원, 낮은 인건비, 기자재 조달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엔지니어링·건설시장으로의 진출도 늘어나고 있으나 국가기술자격 등 한국 엔지니어링 제도의 폐쇄성과 중국 서비스에 대한 낮은 품질 인식 등으로 크게 확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엔지니어링·건설 분야의 양국의 상호 진출이 부진한 것은 중국의 엔지니어링·건설산업에 대한 보호주의, 국가기술자격제도 등 양국의 제도적 진입장벽, 고급 기술분야에서 차별성 부족 등에 기인한다.

중국은 경쟁력이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위하고 자국의 내수시장 규모가 큰 엔지니어링·건설 시장 개방에 미온적이다. 여기에 양국의 엄격한 업 면허제도, 국가기술자격제도 등 엔지니어링·건설 관련 법제도가 규제로 작용하여 상호 시장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기술자 등급제도와 유사한 5등급으로 분류된 직명제도와 시험에 의해 자격을 부여하는 직업자격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직명제도에서 기술등급은 국가기술자격증 없이 학력과 경력만을 통하여 승급이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국가기술자격증이 없으면 높은 기술 등급으로의 승급이 제한된다.

양국은 이 같은 국가기술자격제도를 업 면허, 프로젝트 참여 기준 등에 폭 넓게 활용하고 있어 국가기술자격체계의 개선 없이는 상호 진출이 어렵다.

또 중국이 경험부족으로 외국기업에 의존하는 대형사업의 기본설계, 프로젝트 관리 분야는 국내기업의 역량 부족으로 해외 일류기업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고, 우리나라 발주처 및 소비자의 중국기업에 대한 낮은 품질 인식으로 중국기업 또한 우리나라 시장 진출에 제한을 받고 있다.

중국 산업구조의 진단 결과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시사점이 도출되었다.

첫째로, 엔지니어링 산업을 육성하기 위하여 중국과 같이 우수한 기술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링 기업에게 적정 수준의 사업대가를 지급해야 한다.

중국 기업의 이익률은 20% 후반대인 반면 우리나라 엔지니어링 업체의 이익률은 5% 미만이고 건설부문 엔지니어링 수익률은 2016년 2.1%에 불과하다.

특히 정부 발주사업에 의존하는 다수의 국내 엔지니어링 전업사는 낮은 사업대가에 따른 경영악화와 기술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 엔지니어링이 핵심역량인 건설․플랜트․중공업 등 프로젝트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둘째로, 중국의 엔지니어링 산업구조, 한․중 FTA 체결 및 AIIB 투자의 본격화를 감안할 때 현 시점이 중국 업체와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한 중국의 PPP 사업 진출을 고려하기에 적합한 시기이다. 한․중 FTA와 AIIB 주요 회원국의 지위를 활용하여 PPP(민관협력 투자개발형 사업) 사업의 진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금년 3월중 개시된 한․중 FTA 서비스·투자 후속협상에서 양국의 엔지니어링 시장이 실질적으로 개방될 수 있도록 중국의 정부조달시장을 조기에 개방하고 국제기준에 부합되게 국가기술자격제도 등 양국의 제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EPC 기업은 공종 단순화 및 대형화로 경쟁력을 강화하여 해외시장 수주에 주력해 내수 중심의 중소엔지니어링 전문기업과 상생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정부가 엔지니어링 산업의 M&A 활성화, 엔지니어링과 시공 정책의 칸막이 제거, 국내 입찰에 중소엔지니어링사 우대 등의 제도적 지원을 통하여 이를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 이재열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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