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럽맨①]이경기 도화엔지니어링 상무 “MZ세대여, 엔지니어링이 금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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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①]이경기 도화엔지니어링 상무 “MZ세대여, 엔지니어링이 금융이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4.22 15:50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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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코로나 이후 공공발주물량의 폭주와 300% 이하로 고정된 PQ중복도로 업계 내 치열한 엔지니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PQ완화 등으로 중견사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안그래도 부족한 MZ세대 엔지니어 이동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지가 입사 후 한곳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업계의 로맨티스트들을 만나봤다. 그 첫 순서로 이경기 도화엔지니어링 사업전략실 상무를 만나봤다. 다음은 일대일 문답.

▲왜 도화였나

아버지가 건설관련쪽에 종사하셨다. 자연스레 관심이 토목에 생겼다. 하나 걱정거리였다면 객지를 자주 다니시다보니 출퇴근이 안되고 하는 부분이 걸렸다. 사실 엔지니어링사는 아예 선택지에 없었는데 당시 도화엔지니어링이 압구정에 있었고 집과 가까웠다. 30년 근무하면서 월급이 일찍 나오면 나왔지 밀린적이 없던 것도 크다. 당시에는 엔지니어링사를 포함해 월급 밀리는 회사가 많았는데 그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감리, 턴키 경력만 17년인데

처음 수공부로 입사해 사원 7개월차에 진주 남강댐 감리로 엔지니어 생활을 시작했다. 댐수력을 하고싶어서 도화에 왔는데 당시 우리나라에 댐 사업 하는 곳이 남강댐 하나가 전부였다. 김영삼 정부때는 한국에 댐많고, 물많다면서 아예 일이 없었다. 그래서 기술부서였지만 댐수력이 하고싶어 감리로 지원했다. 당시 도화에는 감리부가 없었고 수공부가 남강댐 관리를 자체적으로 해왔는데 94년에 성수대교 붕괴로 책임감리제가 도입됐다. 그때 감리부가 신설되면서 수공부는 없어졌고 수자원개발부로 개편되고 거기서 계속 일해왔다.

1999년에 감리생활을 마치고 올라와서 2000년부터는 댐 발주가 늘어났다. 특히 물분야에서 수자원공사가 처음으로 턴키사업을 하면서 평림댐, 한탄강댐, 소양강댐 등 현장을 다녔다. 이때를 기점으로 2010년 경인아라뱃길 프로젝트까지 10년간 턴키생활을 했다.

▲그만두고 싶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턴키가 하기 싫다거나 하는 불만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게 좋았다. 당시 물쪽은 민자사업도 없었고 그저 공공발주 PQ만 하다보니까 턴키에서 받은 임팩트가 더 컸다. 시쳇말로 설계는 복사해서 붙여넣고 하청주고 하는거라 하지 않나. 한때는 종이사업이라고까지 불리던 엔지니어링이다. 그런게 싫었다. 특히 해외 엔지니어랑 같이 일하면서 MDB, EDCF 등 국외로 눈을 뜨게 됐다. 마침 도화도 2007년부터 해외시장 공략 플랜을 짜는 미래전략 TF를 5기까지 운영했는데 그중 2기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턴키하면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게 어려울 때도 있다. 내 경우에는 도화엔지니어링 사내결혼 2호다. 밤샘 근무는 기본에 부스스한 머리로 쪽잠자며 일하면서도 회사에서 배우자를 만날 수 있었으니 운이 좋은 셈이다. 물론 나역시도 가정에 소홀해졌던 시기가 있었던 것도 같다. 현장이 대부분 오지에 있고 지방체류가 잦다보니 가족을 못보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서 경인아라뱃길 사업을 마지막으로 턴키를 마무리한 것도 있다. 하지만 일과 가정에 대한 고난으로 회사를 옮기고 싶다거나 탈토목을 생각한 적은 없다.

▲MZ세대는 기피하지 않나

엔지니어링업계에서 턴키는 피할 수 없다. 요즘에야 턴키를 꼭 해야하냐고 하지만 턴키때문에 엔지니어링사 매출이 급증한 부분도 있다. 생각의 차이지만 턴키가 속 편한 측면도 있다. 특히 요즘 후배 엔지니어들과 얘기해보면 일에 대한 정확한 오더를 원한다. 언제까지 무슨일을 하면 되는지가 명확한 것을 좋아하는데 엔지니어링 업무라는게 그렇지가 않지 않나. 동시에 몇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하고 시키는 사람도 제각각이니 말이다. 그런면에서 오히려 턴키는 한 프로젝트에만 집중하면 된다는 점에서 나을수도 있다. ‘라떼는’이라고 들릴수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주52시간도 있고 기술도 발달해서 데이터베이스 관리도 잘 돼 있다.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것인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가 실력이다. 이건 엔지니어링사만 그런게 아니지 않나. 특히 토목은 이론도 중요하지만 경험에서 오는게 더 값어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대적인 업무숙달 시간이 필요하다. 도로던, 철도던, 수자원을 하던 최소 5년은 맛을 봐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자기분야를 만들고 하다보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 우리 회사에도 지금 당장 회사를 차리거나 컨설팅해도 될 정도의 수준을 갖춘 후배들이 있다. 더욱이 요즘 세대는 언어도 그렇고 배우는게 빠르지 않나. 실력만 있다면 해외 메이저회사나 컨설팅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점에서 지금 당장 돈 많이 주는 회사가 있다고 이직해버리는 건 절대 반대다. 어느 회사를 가도 50보 100보다. 탈토목을 하겠다면 몰라도 엔지니어를 계속 하겠다면 잦은 이직은 득보다 실이 많다.

그리고 냉정하게 따져보면 신입이나 후배 엔지니어들의 연봉이 최근 사이에 많이 올랐다. 도화의 경우 임원급의 연봉 격차는 좁지만 후배 엔지니어들의 연봉 인상률은 충분히 요즘 MZ세대를 의식한 것이라고 본다.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요즘 세대라지만 회사의 역할은 돈으로 대우해주는 것이다. 사실 도화정도면 요즘 최고 대우를 받는 IT기업 수준에 맞춰주려는 노력을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의 책임도 있다. 직업교육같은데 가보면 하는 얘기가 뻔하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얘기를 해줘야 하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이런 얘기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을 회사가 발굴해서 알려줘야 한다.

▲MZ에게 엔지니어가 메리트 있다고 보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앞으로 엔지니어링업계에 오는 후배들은 기술만 가지고는 먹고 살지 못한다. 우리가 엔지니어링을 종이장사로 여기던 때에 전세계는 MDB, PMC로 흐름이 넘어갔다. 기술력으로 지배하던 시장이 돈이 주도하는 시장이 됐다는 얘기다. 투자개발사업은 금융, 회계, 법률, 조세를 다루는 사람들이 메인이다. 기술은 그다음이다. 하지만 기술을 알고 있는 엔지니어링사가 금융을 알게되면 사업을 리드할 수 있다. 기술과 금융의 접목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엔지니어링의 모델이다. 좀 과장하자면 설계는 중요치 않다. 설계는 필리핀, 인도네시아같은 개도국 엔지니어에게 다 주고 필요하다면 개발단계나 FEED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넘겨줘도 된다. 고급화를 추구하자는 얘기다. 도화는 현재 그러한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가 전통방식의 공공프로젝트 사업에 뛰어드는 걸로 만족한다면 1,000명이면 족하다. 하지만 현재 2,400명에 달한다. 그 말은 우리가 기술 이외로 업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또다른 의미다.

이런 시그널은 MZ세대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요즘 세대는 우리보다 훨씬 금융에 밝다. 우리때야 월급모아 적금타고 비과세상품 가입하면 좋아하고 하는게 전부였는데 요즘 젊은세대는 준전문가 수준이다. 다만 여전히 수많은 회사에서 이러한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요즘 세대에 잘 홍보가 된다면 인력난도, 장기 근속자도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엔지니어링이 곧 금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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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놔 2022-05-18 10:44:05
으르신들 실명으로 열심히... ㅎ

ㅇㅈㅁㅇㅈㅁ 2022-05-16 18:38:24
ㅋㅋ 진짜 이러니까 미래가 안보이지 ;; 어휴 .. 진짜 위에 썩은사람들부터 갈아내라 그냥;;

Ivan 2022-05-04 16:00:10
CM 박사과정중인 학생입니다. 댓글에서 기술력 운운하시는데 대체 엔지니어링사에 얼마나 대단한 기술이 있는데요? 본문에서 전체는 아니지만 금융을 강조하는 부분은 적극 동의합니다. 기술력이고 나발이고 일단 돈부터 벌어야 할거 아닙니까?

도화 2022-05-01 11:26:40
이분 너무 아무말 대잔치 하는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한마음 2022-04-26 21:27:41
기술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기술만 해선 밥벌어먹기 힘든 세상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네요.
요 다 댓글 다시는분 들, 발주처 상대하느라 지치고, 내가 왜 이임금 받고 일해야되냐 하고 고민 많이 했었을꺼라 생각합니다.
근데요. 월급이이 어느분 지갑에서 나오는지를 파악해야, 당신들도 먹고 살거 아닙니까?
국내일만 해서 밥벌어먹기 쉽나요?
그리고 국내일만해서, 해외엔지니어링 회사와 붙었을떄, 이긴경우가 몇번이나 되나요?
기술사 따야지 하는, 틀에박힌 생각하라는게 아니라, 스스로 활로를 찾을 시기가 됐단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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