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럽맨⑤]이상범 한국종합기술 전무 “인내를 맛본자만이 엔지니어의 영광을 누린다”
상태바
[원클럽맨⑤]이상범 한국종합기술 전무 “인내를 맛본자만이 엔지니어의 영광을 누린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5.26 15:38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코로나 이후 공공발주물량의 폭주와 300% 이하로 고정된 PQ중복도로 업계 내 치열한 엔지니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PQ완화 등으로 중견사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안그래도 부족한 MZ세대 엔지니어 이동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지가 입사 후 한곳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업계의 로맨티스트들을 만나봤다. 다섯 번째 순서로 한국종합기술에 입사해 31년째 엔지니어로 활약중인 이상범 전무를 만났다.

▲요즘 상하수도가 호황이다

대학교 들어갈때만해도 나 역시 이렇게 될지 몰랐다. 우리때는 점수별로 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져 있었는데 남자들이 선택하는 과가 뻔했다. 토목공학과를 가면 전공으로 토목, 건축, 전기, 기계 등이 있었는데 토목을 선택했다. 처음 들어갈때만해도 상하수도라는게 따로 없었다. 그런데 군대 다녀와서 복학을 해보니 상하수도공학이라는게 생겼더라. 나를 포함해 대부분이 구조, 토질 등 수업을 들었는데 졸업할 때 돼서는 한종에 면접보러 왔을때 1순위 지망으로 상하수도를 썼다. 물론 한종은 그때도 상하수도가 메인이어서 그런것도 있었지만 학교 선배의 추천을 영향도 컸다.

사실 나때부터도 상하수도가 전망이 있냐는 질문이 많았는데 정수장이나 하수처리는 그때도 거의 다 새로 지어져 있던 상태였다. 선배들도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유지관리 같은 분야에서 일이 쏟아지고 있다.

▲사람이 없는게 문제다

사실 나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진 않다. 대학교 입학때 동기들이 40명정도 됐는데 대부분 시공사나 공무원으로 갔다. 특히 지방 시공사를 가서 감리하고 하는게 일종의 루트였다. 요즘에도 그렇지만 당시 감리 임금이 나쁘지 않아서다. 한종은 지방 시공사와 비교해서 대우 이런게 더 좋았다. 그리고 사실 시공사에서 30년 이상 남아있기가 쉬운 일인가. 돌이켜보면 동기들 가운데 잘 된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요즘 환경공학쪽은 인기가 많다. 특히 상하수도 특성상 환경분야와 밀접해 이쪽분야는 지원자가 많은 편이다. 심지어 여성 지원자의 비율이 50%정도 된다. 내가 신입일때는 10%도 채 안됐다. 따지고보면 환경이 할게 별로 없다. 연구소가던지 하는게 전부다. 이런 점에서 상하수도는 그나마 타분야 비해 인력난에서 조금 낫기는 한데 전반적으로 인력난이 문제긴 문제다.

▲발주처 갑질이 원인이지 않나

일단 사회적 분위기가 기술에 대한 우대를 해주고 하는 경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기는 하다. 다만 현재 발주처 의사결정권에 있는 50대 이상의 공무원들에게 개선에 대한 기대를 할 수는 없다. 이들이 공무원이 됐을 당시에는 기술적 소양이나 자존감 같은것들이 굉장히 부족했다. 하지만 요즘 발주처 30~40대 공무원들의 경우 변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안그런 곳도 많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임금이나 이런것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지 않았나. 여전히 민간기업 수준에는 못미치더라도 대부분이 먹고살만해지니 자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를 따르려고 한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에는 가정형태가 맞벌이하는 집들이 늘면서 확실히 나이가 어려질수록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인식하고 있다.

턴키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도 턴키를 3번 연달아 다녀오고 너무 지쳐서 이직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턴키라는 일 특성상 야근과 같은 것들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턴키가 아니면 회사에서 야근도 잘 안시킨다. 그나마 야근하는 것은 부장급, 40~50대들이지 젊은 엔지니어들은 하지 않는다.

▲왜 견뎌야 하는지 모르는 요즘세대다

한종 상하수도부는 이직률이 꽤 낮은 편이다. 신입을 뽑아도 퇴사율도 낮고 근속년수는 높다. 이직률이 낮다는 말 속에는 회사를 옮기거나 하지 않고 아예 탈토목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요즘 상하수도가 현대화다 뭐다해서 일이 넘치는데 사람이 없으니 대우가 좋다. 그래서 탈토목 했다가 타회사로 회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회사를 전전한다. 경력도 제대로 쌓지 못한다.

이 말은 엔지니어를 직장으로 생각하면 오래 못간다는 얘기다. 이건 한국 교육의 문제다. 직장과 직업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 직장은 언제든 옮길 수 있지만 직업은 내가 체득한 것을 기반으로 미래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런걸 대학이나 회사에서 알려준다면 신입들도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겠나.

▲정신력만 강조해서는 체감에 한계가 있다

우리 업계의 얘기를 소문으로만 듣고 나가버리는 친구들이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이런 경험적 측면과 분위기를 알려줄 수 있는 대화의 장이 어느정도 형성이 돼야하는데 이 부분에서 사실 가장 어렵다. 물론 한종 자체적으로 팀장급에서 정기적으로 면담을 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부서장 입장에서는 관리인원이 많고 하는 등의 문제로 직접 할 수도 없는게 현실이다. 요즘 신입이나 후배들이 가장 불편해하고 어려워하는것들을 순화시켜서 얘기해주고싶은데 대화 자체가 단절된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면에서는 젊은 사람들의 사회가 훨씬 경직된 것 같다. 더군다나 우리 회사의 경우 다른 회사랑 달리 우리사주조합이라서 한명 한명이 주주인 특수관계지 않나. 그래서 얘기하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애매한 것도 같다.

▲엔지니어, 정말 빛 볼수 있나

일단 정책적으로 업계 개선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중복도만 해도 그렇지 않나. PQ도 마찬가지다. 3년전만해도 실무를 모르고 실적만 가지고 업계 터줏대감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줄었다. 짧은 시간안에 이렇게 많은 변화가 있는 산업이 있나. 이미 업계는 젊은 엔지니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데 사람이 안오는게 안타깝다. 발주처 관계라던지 사회 여건 이런거 보지 말고 기술력을 쌓아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올리겠다면 뛰어들라. 물론 그 과정에서 이상한 발주처 감독이나 고참을 만난다던지 하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내력을 길러야 한다. 그리고 사실 신입 엔지니어들의 생산성이 낮다. 대리쯤 돼야 50~60%, 100%를 내려면 과장급은 돼야 한다. 신입들을 탓하는게 아니다. 그들이 기술적 성장을 하기 전까지는 그게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부장급이 야근을 하는 이유는 신입 엔지니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것들이고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수정에 더욱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을 젊은 엔지니어들이 감안해줄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 수입이 많은 선택지들에 현혹되는 것은 한계가 분명하다. 상하수도가 호황이 될줄 몰랐듯이, 온몸으로 체득한 기술력은 언젠가 빛을 발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ㅓㅓㅓ 2022-09-15 14:12:39
이미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음.

한창엽 2022-07-07 07:43:47
원클럽맨 기획하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관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네요

신라면 2022-06-13 10:13:48
다른 업계와 달리 고이다 못해 썩은 물이 너무 많은게 문제의 시발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입사원 2~3명 월급을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직원들 임금을 직원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올리지 못하는게 아닐까요? 한국종합기술에 업계에서 30년 이상 근무하신 고인물이 얼마나 많을지 궁금하군요.

근육맨 2022-05-27 07:57:32
대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입사한 그직장에서 머리에 흰머리가 나도록까지 묵묵히 자기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셨다는것 하나만으로도 존경과 찬사를 불러일으킵니다~~~박수세번 시작 짝짝짝!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