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럽맨②]김춘오 유신 부사장 “라떼 파괴 없이 MZ유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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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②]김춘오 유신 부사장 “라떼 파괴 없이 MZ유입도 없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4.28 10:58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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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코로나 이후 공공발주물량의 폭주와 300% 이하로 고정된 PQ중복도로 업계 내 치열한 엔지니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PQ완화 등으로 중견사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안그래도 부족한 MZ세대 엔지니어 이동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지가 입사 후 한곳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업계의 로맨티스트들을 만나봤다. 두 번 째 순서로 유신에 입사해 올해로 30년 근무를 하고 있는 김춘오 유신 철도2부사장을 만났다.

▲어떻게 버텼나

-돌이켜 보니 30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대학교를 입학하면서 서울에 상경했고 와이프와 맞벌이로 아들 키우면서 전세를 오가다가 어느순간 집도 마련했다. 입사 후 수습을 떼고 월급에 성과급까지 다해서 연봉이 1,500만원 정도 였는데 대기업 못지 않은 수준으로 엔지니어링업계 근무하는 것이 좋은 시절이었다. 우리때가 좋았기 때문에 30년을 유신에서만 근무한 것에 대한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흔히 말하는 586세대로서 우리때가 월급 모아 집사는 마지막 세대였던 것 같다. 요즘 젊은세대야 월급을 모아도 우리때처럼 집을 사기는커녕 결혼도, 취업도 포기하고 하는데 엔지니어 입장을 떠나 기성세대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사명감으로 일한 것인가

요즘 젊은 엔지니어들에게 사명감, 자부심으로 일하라고 하면 완전 꼰대 취급 받는다. ‘라떼는 말이야’라는게 씨알도 안먹힌다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시절은 대우가 좋으니 분명 뿌듯함 같은 것이 있었다. 내 경우에는 첫 프로젝트였던 인천지하철 1호선 사업이 엔지니어로의 인생을 결정짓게 했다. 입사 후 6개월만에 인천지하철 1호선 합사에 들어가 3년간 일하다가 인천지하철 2호선 기본설계가 나오면서 선배들이 모두 당시 사업을 따낸 타사로 이직했다. 대리 1년차에 자연스럽게 PM역할을 하게 된 것이 엔지니어 경력에 많은 도움을 줬다. 유신 철도의 명성과 신입 엔지니어의 포부로 우리나라 철도를 내 손으로 다 깔아보자는 사명감을 가진적도 있다. 당시의 경험 덕분에 차장에 진급한 이후 단 1년만에 부장을 달게 되면서 자연스레 유신맨이 됐다.

▲정말 흔들린 적 없나

기억에 남는 제의는 시공사 한번, 엔지니어링사 한번 정도 있었다. 특히 시공사의 이직제의를 받았을 때는 당시 턴키가 도입되기 전이라 엔지니어 대우가 지금처럼 홀대받지 않았다. 당시에는 엔지니어링사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프로젝트 진행이 안될정도로 대등한 위치였는데 한 프로젝트에서 같이 일했던 국내 대형 시공사로부터 이직제의를 받았다. 3일정도 고민했는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유신에 남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회사를 옮기는 것에 대한 일반적인 고민들도 작용했다. 흔히 이직을 하게 되면 더 높은 연봉만을 생각하지만 회사를 옮기면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해나가고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를 무시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직하겠다는 후배들은 어떻게 잡았나

후배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옮기려는 대부분의 이유는 돈이다. 타사에서 1,000만~2,000만원 연봉을 더 준다는데 막아설 명분이 없다. 애까지 있으면 이런 결정을 더욱 뭐라 하기 힘들다. 어딜가도 환경이 비슷한데 돈이라도 더받겠다는 걸 어떻게 막겠나. 한번은 일 잘하는 후배가 사직서를 냈는데 안받아주니까 와이프까지 데려와 제발 회사를 그만두게 해달라더라. 어떻게 거절하겠나. 물론 정말 지켜야 할 사람에 대해서는 장고를 하기도 한다. 그 후배들은 고맙게도 힘든 시절을 이겨내고 지금도 함께 일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요구사항을 듣고 직접 오너에게 찾아가 설득을 시키기도 했다. 타사에서 일 잘하는 엔지니어를 데려오기 위해 10번 넘게 찾아간 적도 있다. 내 자랑 같지만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러한 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MZ엔지니어, 이직·탈토목이 많은데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다. 일단 우리때와 요즘세대가 겪는 업계의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탈토목 안하면 다행이다. 현재는 퇴직자 절반이 탈토목을 선택하는게 현재 우리나라 엔지니어링업계의 현주소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우리 시절의 엔지니어링은 대기업 못지 않은 연봉과 대우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때 4대강 할때가 절정이었는데 얼마나 좋았냐면 일이 폭주하자 특급이나 기술사 같은 경우에는 스포츠스타들처럼 계약금 주고 다년 계약하면서 연봉주고 했다. 하지만 턴키도입 이후 힘의 균형이 시공사로 쏠리면서 공무원-발주처-시공사-엔지니어링사의 계급이 생겨났고 이 헤게모니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즘 젊은세대는 개성이 강한 세대 아닌가. 돈보다도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선택하는 세대들인데 어느하나 메리트가 없으니 이바닥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그나마 돈을 선택해 다른 회사 가서 이 업계에 남아있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울 정도다.

▲본인만의 소통방식, 전략은

뻔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결국 그들의 니즈에 맞춰줘야 한다. 돈보다도 자기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세대다. 사실 MZ가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겠다. 돈이 이유면 어떻게라도 해보겠지만 확실히 지금 세대는 그게 아니다. 예전에 턴키합사를 나갔던 한 후배가 프로젝트 완료 두달을 남기고 사직서를 가져온 적이 있다. 2년정도 근무하면서 일도 잘하고 했던 후배라 너무 갑작스러웠다. 이유를 물어보니 “하루에 2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해 써야하는데 턴키 때문에 전혀 그럴수 없다”고 하더라. 턴키 마무리 단계인만큼 워낙 바쁜 시기라 화가 나기도 해서 프로젝트만 마무리하면 사직서를 받아주겠다고 했다. 결국 두달여간 군말없이 책임감있게 프로젝트를 끝내고 사표를 내더라. 요즘 친구들의 개성이 이정도다. 솔직히 지금도 그러한 사고가 이해가 안가기는 하지만 쿨한게 멋져보이기도 했다.

그나마 개인적으로 요즘 젊은 세대가 공감하는 것이 감성인 것 같다. 회사에서 어떻게 감성을 주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가령 출산을 했다면 회사에서 꽃바구니나 축하의 표시를 하는 것도 고민해볼 일이다. 감동을 주는 것 말이다. 별개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흔히 엔지니어링업계에 대해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이러한 것 조차 큰 변화고 관심이라 생각한다.

분위기 쇄신을 하려면 결국 경영자의 마인드도 같이 변해야 한다. 흔히 위에서는 회사는 해준다고 해주는데 요즘세대가 불평만 많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젊은 세대가 회사의 대우를 피부로 느낄 정도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100~200명의 소규모 회사에서는 가족처럼 챙길수 있지만 우리같이 1,000명 이상의 대규모 회사에서는 경영자들이 이러한 부분을 놓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사장, 본부장급 경력의 엔지니어들이 경영자 마인드를 가지고 밑에서부터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요즘에는 워낙 젊은 세대가 귀하니 윗급에서도 많이 변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소위 꼰대 행세를 하는 기성세대들도 여전히 많다.

▲다시 엔지니어로 일할 것인가

아들에게 토목학과 진학을 권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다른길을 가고 있는데 "토목가면 거지를 못 면한다"고 하더라. 이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엔지니어로 걸어온길을 돌아보면 나 역시도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사람마다 특성이 다른 것이고 묵묵히 일하는걸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성향의 후배들이라면 적극적으로 엔지니어링업계에 오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은 내 말이 후배들에게 잔소리로 들릴때까지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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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궇 2023-09-18 10:15:46
안녕하세요

그냥 MZ배려 안하고 이대로 끝까지 가봤으면 좋겠습니다. 할 사람하고 갈 사람 가겠죠

이기회에 해외인력으로 채우고 AI기술이든 뭐든 해서 대체하는것도..

해결책이 안보일때는 그냥 운명을 받아들이는것도 나쁘지 않은것 같습니다..!

유기견 2022-10-20 08:48:06
다시 태어난다면 엔지니어의 길은 걷지 않는게 좋을듯 합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임원들은 연봉제, 평직원은 호봉제인데 상무, 전무들 봉급이 과장봉급하고 같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임원들 연봉도 동결시키고...
이제 나이들어 어디 갈데도 마땅찮고... 처자식은 아빠가 이런걸로 머리털 빠지는것도 모르고 무작정 담배만 끊으라 하네요~
에효~~~
이런줄도 모르고 젊은청춘을 다받혔던 제가 저에게 거울보며 원망도 했다가 힘내라고 응원도 합니다~

거놔 2022-07-15 15:30:12
여기는 정신이 유신.... 딱 유신...시대 ㅋㅋ

멍꿀멍꿀 2022-05-13 17:01:13
댓글 맛집이네..ㅋㅋ

턴키 심의위원 뒷돈받지마라 2022-05-09 12:03:36
아래 댓글에 MZ세대 욕하는 사람들. 지금 가장 문제는 설계자들이 발주처, 시공사들한테 노예 취급받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맨날 나때는 시공사보다 설계사가 갑이었다. 원래 안그랬다, 턴키가 다 망쳤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그럼 우리 업계가 이렇게 노예취급 받을때까지 뭐하셨나요. 지금 리더 역할을 해야하는 사람들이 설계자들의 권리를 지킬생각은 안하고 제살깎아먹기로 알아서 시공사한테 벌벌 기니까 발주처나 시공사들이 설계하는 사람들 알기를 우습게 보는거 아닙니까. 이러면서 자연스레 업무량이 늘어나고, 일한만큼 정당한 댓가를 못받아서 젊은 직원들이 불만인게 가장 큽니다. 진짜 턴키 업무 하다보면 무대로 일한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의미없는 일에 개인 사생활 희생해가며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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