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클럽맨③]이왕섭 경호엔지니어링 부사장 “대우 확실하면 MZ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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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럽맨③]이왕섭 경호엔지니어링 부사장 “대우 확실하면 MZ도 품을 수 있다”
  • 조항일 기자
  • 승인 2022.05.03 16:10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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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 기자=코로나 이후 공공발주물량의 폭주와 300% 이하로 고정된 PQ중복도로 업계 내 치열한 엔지니어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PQ완화 등으로 중견사의 성장이 가시화되면서 안그래도 부족한 MZ세대 엔지니어 이동이 잦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본지가 입사 후 한곳에서만 근무하고 있는 업계의 로맨티스트들을 만나봤다. 세 번 째 순서로 경호엔지니어링에서 22년째 조경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왕섭 부사장을 만났다.

▲왜 건축, 토목이 아닌 조경이었나

처음에는 남들처럼 건축이나 토목을 생각했는데 사실 진로가 명확하지 않았다. 직접적인 계기는 고등학생때 형 친구와 친했는데 그분이 서울대 조경학과를 다녔다. 당시 우리집과 그 형의 집이 골목 끝에서 끝에 있던지라 우리집에서 학교 과제를 많이 했다. 도면통을 어깨에 메고 우리집에 놀러와서는 설계도면을 꺼내놓고 과제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집에 디자인, 스케치 같은 관련 서적들을 놓고 다녔는데 그런거 보면서 자연스레 조경학과 관심을 가졌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분은 현재 다른일을 하고 있다. 단 한번도 이쪽에 발을 들여놓은 적은 없다.

▲당시에는 생소한 분야가 아니었나

실제 면접에서도 교수가 알고 온건지, 점수 맞춰 온건지 묻더라. 나때는 전국에 조경학과가 전국에 8개밖에 없을 정도로 생소했다. 엔지니어링업계도 90년대 후반까지도 조경사업부는 엔지니어링사에서 직영으로 운영되는 곳이 드물었다. 내가 경호에 입사할 때도 직영체제로 전환하던 시절로 현재는 조경사업 발주가 많아지면서 타부서 못지 않게 커졌다. 입사한 이후로 문경새재 생태공원 실시설계와 김천 직지문화공원조성 실시설계 등이 진행되고 있었고 자연스레 이 프로젝트들이 첫 사업이 됐다.

▲파업도 겪었던 경호다. 이직 명분이 충분했을텐데

2000년대 초반만해도 월급 밀리는 엔지니어링사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경호는 단 한번도 밀린적이 없다. 그러다가 2003년에 건설엔지니어링 노조가 생기고 우리를 포함해 5개사 정도가 파업에 들어갔는데 그때만 월급이 좀 밀렸다. 5개사 가운데 경호가 보수나, 교통환경 등이 제일 열악했다. 자연스레 타사에서 이직제의가 왔는데 파업이 길어질수록 회사가 망가져 가는게 눈에 보였다. 갈 때 가더라도 마무리는 하고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재정비하는데 3년여정도 걸렸는데 당연히 그 회사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 2009년정도에도 타회사에서 연봉 30% 인상에 성과급도 주고, 직급도 올려주고 한다고 했는데 4명으로 시작했던 조경부가 그 사이 13명으로 성장해 있었다.

▲떠난 후배들에 대한 생각은

후배들과 우리때는 업환경이 많이 다르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때는 고민이 크던, 작던 선배들에게 많이 털어놓고 상담하고 하는 분위기였다. 흔히 말하는 가족같은 분위기로 서로를 대하고 하다보니까 이직보다는 남는 경우가 많았다. 옛날스타일대로 힘들다 하면 술사주고 들어주고 하면 대부분 남았다. 그렇게 파업도 같이 이겨내면서 상무, 전무 단 후배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회사가 많아졌다. 갈 곳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그리고 경호 조경부에서 3년정도 일하면 갈 곳도 많다. 업계에서 일 잘한다는 소문이 파다한만큼 개인적으로는 안타깝지만 경호는 배출해내는 입장에 있는 것 같다.

물론 한 회사에서 일하는게 모두 정답이고 맞다는 것은 아니다. 한 곳에 오래 있으면 스스로도 정체되고 인맥같은 것도 한정된다. 무엇보다 이직하면 돈도, 직급도 올려주는게 일반적이지 않나. 개인적으로 안타까워도 모두가 나같은 선택을 할 수는 없는거다.

▲MZ는 뭐가 더 다른가

아까도 말했다시피 요즘에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5~6년전에 입사한 후배들만해도 고민있으면 윗라인과 대화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그런게 거의 없다. 고민에 대해 선배들과 얘기하면서 방법을 찾기보다는 이미 이직을 마음먹고 온 친구들이 훨씬 많다. 마음먹은 사람 돌려세우는게 쉬운가.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나도 회사가 힘들고 할 때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일 하는데 다른 회사에서 돈 더 많이 주면 안갈 이유가 없다.

타사도 타사지만 요즘에는 하고싶은 일 하는 사람이 많지 않나. 카페같은 개인사업자도 많고. 업종도 다르고 그들에게도 다 고민이 있겠지만 밖에서 보면 어쨌던 자유롭고 한 삶을 사는 것 같은 동경이 있는 것 같다. 미디어, 매체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이런 경향에 대해 뭐라할 수도 없고 부서장급이나 시니어들에게 적극적으로 털어놓으라고 얘기할 수도 없다. 다만 한 직급 위의 연차비슷한 선배들에게라도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방향을 정하면 어떨까 싶다.

▲결국 돈이 문제라는 것인가

실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후배들이 직접적으로 어떤 이유를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 이유가 돈이라던지, 워라벨이라던지 하는 부분이다. 그들도 떠나는 마당에 왈가불가하지 않는다. 그저 원하는대로 찾아 갈 뿐이다. 우리가 회사에 바라는 것은 돈이나 복지 같은 것 아닌가. 아무리 요즘세대라해도 그런 기본적인 부분이 맞지 않아서 회사를 이직하고 하는게 크다고 느낀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엔지니어링업계의 경영자들이 조금 인색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본다. 하지만 회사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고 그런 고민을 제기하는 직원 하나하나를 특별대우를 해줄수도 없는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처우가 좀 나아지면 남을 사람은 남지 않겠나.

▲대우가 왜 박하다 보는가

아들에게 조경학과 진로를 권한적이 있다. 실제로 대입원서 쓸때도 한 학교는 조경학과를 썼다. 결과적으로는 떨어졌지만 조경엔지니어링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물론 내가 일했던 시기에 비춰보면 그랬다. 특히 90년대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확실히 엔지니어 대우가 좋았다. 그때는 정말 우리를 전문가로 인정해주고 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발주처조차도 그랬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를 낮춰보기 시작하더라.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10~20년전부터 대학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들이 죄다 발주처를 가기 시작하면서다. 배울만큼 배웠다는 프라이드가 형성되면서 여러 가지 지시를 많이 하다보니까 이렇게 됐다. 우리 입장에서야 계약에 의한 갑을관계니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

실제로 예전에는 엔지니어가 다 디자인해서 가면 웬만해서 다 수용하고 했는데 이제는 발주처에서 쉽게쉽게 바꾸지 않나. 그러다보니 일도 두세 번 하게 되는거다. 건설업 특성상 규제가 너무 많아진 것도 문제다. 예전에는 설계할 때 관련법규 적용이나 조사 같은걸 5개정도 했다면 요즘에는 최소 3배이상 늘어난 것 같다. 기술심의과정이 복잡해지다보니 저가수주로 이어지고 하는거다. 토목과 커트라인의 추락은 이러한 총체적 문제의 표출이다.

▲다시 엔지니어를 할 것인가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많이 그 현장을 가본다. 특히 조경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파트고 시설이 운영되는 것을 직접적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보니까 보람을 많이 느낀다. 20대로 돌아가 다시 선택을 하라고 해도 조경엔지니어로 일하는 것에 대해 주저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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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3 2023-02-04 22:49:57
참 별로인 회사와 직장 상사

경호는 2022-05-11 15:27:14
돈 많이 주면 다 갑니다 주는만큼 부려야하는데 준것보다 더 부려먹죠
경호는 여직원 도 안 뽑 고요

근육맨 2022-05-09 08:47:40
저는 딸아이가 건축학과를 졸업을 했는데 선듯 설계쪽이나 엔지니어링쪽을 당당하게 권유를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또한 막연하네요~
내가 이쪽계통에 입문할때만 해도 시공사에 비하면 정말 형편없는 보수였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그갭차이가 좁혀졌는데 이젠 또 워라벨 등을 이유가 되어 신입직원 채용하는것도 힘든 시대가 되었습니다.
우리들만의 리그가 되는건가요?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화이팅 하자구요!!

도도 2022-05-04 09:53:11
좋은 인터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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