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지니어링데일리)조항일·정원기 기자=정성평가가 주를 이루는 종심제는 태생적으로 공정성 문제를 안고 있다.
국토부가 지난 2022년부터 시행중인 통합평가위원회 구성도 이러한 배경을 근거로 한다. 국토부는 종심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공무원, 공공기관, 교수진 등 715명으로 구성된 제1기 통합평가위원회를 발족했다. 당시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비율은 90%, 외부위원인 교수진은 10%의 비율로 구성됐다. 그리고 올해 출범한 2기 위원회에서는 종심제 금액 상향에 따라 규모를 316명으로 축소하면서 공무원, 공공기관 내부비율을 95%까지 끌어올렸다.
불균형해 보이는 구조에 대해 엔지니어링업계는 환영했다. 시장이나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는 떨어지면서도 그저 교수 타이틀 하나로 과도한 로비비를 요구하는 행태에 불만이 쌓여왔던 탓이다. 어차피 로비를 할거면 향후 사업에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에게 로비를 하는게 낫다는 판단도 있다. 로비를 안하겠다가 아닌 가성비로 하겠다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업계의 생존전략은 결국 산업의 핵심이 되야할 엔지니어들의 처우 개선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
▲로비로 기름칠, 전관으로 쐐기

본지가 최근 업계에 종사하는 엔지니어 187명을 대상으로 종심제와 관련된 설문을 진행했다. 먼저 종심제 폐해의 원인과 관련해 공무원과 교수 등 평가위원 로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 대답이 52%(96명)로 가장 많았고 전관 영입 28%, 입찰비용 19% 등 순으로 조사됐다. 종심제의 수주쏠림이 가장 심한 발주청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국가철도공단 49%(91명) ▲기타 28%(53명) ▲한국토지주택공사(LH) 12%(22명) ▲한국도로공사 11%(21명) 등으로 나타났다.
철도는 올해 7월까지 발주된 종심제 사업 중 철도주력 회사들이 강세를 보이면 위상을 드러낸 바 있다. LH와 도로공사도 로비비나 OB영입 비용에 차이가 있을 뿐 사실상 전관들에 의해 시장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엔지니어들은 체감하고 있다.
▲“폐지만이 답…강화된 PQ로 회귀 원해”

결론적으로 엔지니어 대다수는 종심제 폐지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종심제 존폐 유무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9%(166명)는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종심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11%에 불과했다.
종심제 폐지의 이유에 대해서는 ▲과도한 로비 33% ▲공정성 결여 25% ▲전관영입 17% 등을 이유로 거론했다. 반면 제도를 유지해야한다는 엔지니어들은 ▲기술발전 50% ▲대안이 없어서 7% 등의 이유를 주장했다.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의견은 35%로 나타났다. 종심제 적용대상 100억원 상향, 전관에 의한 입찰 시스템의 손질, 기술력 향상을 위한 기회보장 제도 등의 기타 의견이 있었다.
종심제가 폐지됐을 때 대체할 수 있는 제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43%가 PQ를 꼽았다. 다만 현행 기준의 PQ제도가 아닌 강회된 PQ를 단서조항으로 회귀해야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어 ▲SOQ 15% ▲TP 11% ▲기타 31% 등이었다. 특히 기타의견 중 일부는 발주청 경력 배제, 공무원 청렴 의무 위반시 처벌 강화 등 발주청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상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