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의 건설과 금융]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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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연의 건설과 금융]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2
  • 엔지니어링데일리
  • 승인 2020.07.2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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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의 영향력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미국에 이어서 영국도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3월 11일 영란은행(BoE, Bank of England)의 통화정책위원회는 특별 회의를 열고 9명의 위원 만장일치를 통해 50bp를 낮췄다. 이는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이제 영국의 기준금리는 0.25%이다. 영국은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이지만 아마도 미국 기준금리에 비하면 영국 기준금리는 많이 접해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은 인프라를 자산의 한 유형으로 거래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이며, 영국의 기준 금리도 자국 내 인프라 자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1415년, 15세기 초 포르투갈이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면서 시작한 대항해시대는 스페인이 16세기 후반인 1572년 잉카를 멸망시키고 중남미 식민 통치를 할 때까지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무대였다. 하지만 1588년 스페인의 아르마다 무적함대는 영국 해군에게 큰 피해를 입음으로써 그 이후 영국이 신흥 강자가 됐고 18세기 후반인 1770년 1778년 각각 호주와 하와이를 발견할 때까지 대항해시대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프랑스와 9년 전쟁(1688년 ~ 1697년)을 벌이던 당시, 영국의 Royal Navy는 아직 완벽한 제해권을 갖지 못하고 있던 터라, 1690년 7월 비치 헤드에서 발생한 해전으로 인하여 프랑스 해군에게 받은 타격은 섬나라로서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영국 해군의 명예 회복과 군비 보강을 위해 당시 영국의 왕이었던 윌리엄 3세는 금이나 은이 필요했지만 충분하지 않아 민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고자 하였다.

1692년 영국 왕실이 제시한 이자율은 10%, 이후 14%까지 제안했지만, 네덜란드 출신의 윌리엄 3세는 영국 내 지지도 약했고 또한 9년 전쟁 자체가 네덜란드 출신인 윌리엄 3세가 영국 왕위에 오른 것에서 시작됐으니 영국 내 민간 은행의 호응은 별로 없었다.

처음에 1mil 파운드를 모으려고 했으나 결국 모집된 금액은 1/10, 현재로 보면 완전한 흥행 참패.

이렇게 되자, 돈이 필요한 영국 왕실은 1691년 스코틀랜드 출신의 사업가 윌리엄 패터슨이 제안한 BoE 설립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를 통해서 영국 왕실은 BoE로부터 원하는 만큼 돈을 빌릴 수 있었으며 BoE는 영국 왕실의 모든 대출을 관리하고 또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독점권과 국채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할 독점권 그리고 BoE가 파산하여도 출자금까지만 책임이 있다는 유한책임 등의 권리를 얻어낸다. 왕실은 14% 국채로도 모으지 못한 돈을 단, 8%의 이자율로 빌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은행을 설립한 윌리엄 패터슨은 1.2mil 파운드의 돈을 출자하여 은행을 설립한 다음, 출자금만큼 8%짜리 국채를 사들여 왕실에 돈을 지원하는 한편, 이 국채를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여 8% 이자율에 민간에게 대출을 해주었다.

BoE입장에서는 그 어디 쪽에서 부도가 나지 않으면 1.2mil 파운드를 가지고 영국 왕실로부터 8%, 민간으로부터 8%의 수익이 가능한 구조였던 것이다. 그러면서 파산하여도 출자금까지만 손해를 보니 남는 장사였다.

현대로 보면 8%이자의 국채를 유동화 함으로써 BoE가 일시에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있겠지만, 국채만큼 화폐를 발행하여 대출을 해줌으로써 이자를 또 얻는다는 것은 신기할 따름이다. 아마도 BoE라는 갑툭튀 은행이 발행한 화폐를 시장이 믿지 못하였을 테니 영국 왕실 국채를 담보로 잡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일종의 금태환과 같은 것이랄까

어쨌든 간에 이 국채는 그 주변을 금테를 둘러서 발행하였다고 하여 Gilt Edged Securities라고 불렸는데, 현대에는 이를 줄여서 영국은행에서 발행하는 국채를 Gilt라고 부른다.

Gilt
Gilt

이후 1844년 은행승인법에 따라 BoE에 독점적으로 화폐를 발권할 권한을 부여하고 금 보유고와 화폐 발행이 연동되는 금본위제를 실시함으로써 기존에 다른 은행들도 가지고 있던 은행권 발권 권한이 상실됐으며, 결국 1866년 대공황으로 최종 대출자의 역할도 수행하게 됐다. 이 금본위제는 1931년까지 유지되었고 현재는 영국 재무성의 금 보유고 관리 기능이 BoE로 넘어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후에 BoE는 일반 상업은행에서 중앙은행으로 변모했고, 노동당에 의해 1946년 국유화, 1998년 공기업으로 전환되면서 발행업무를 담당하다가 1998년 국채의 발행업무가 재무부 산하의 부채관리청 (Debt Management Office, DMO)으로 이전됐다.

Libor 대비 Gilt의 리스크와 수익률(출처 : The Actuarial professional 자료)
Libor 대비 Gilt의 리스크와 수익률(출처 : The Actuarial professional 자료)

이 Gilt는 영국 정부의 재정적자 대부분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평균 10~13년이 되는 장기채이다. 보유 주체의 절반 이상이 내국인일정도로 home-biased되었으나 안전자산으로서 다른 은행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에 의해서 선호되므로 발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대부분의 Gilt는 Conventional Gilt인데 발행된 내용은 DMO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 발행된 장기 Conventional Gilt는 2월 12일 발행하여 2071년 만기인 것으로 Coupon Rate(이표)는 발행 시 1.625%이다. Gilt는 영국 뿐 만 아니라 인도, 아일랜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같이 영국의 손길이 미쳤던 국가에서도 사용되는 용어로 남아있게 됐다.

이 Gilt는 앞서 언급한바와 같이 영국 내 주요 인프라 자산의 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Gilt+00bp와 같은 형태가 되는 것이다. 다른 모든 채권과 같이 Gilt도 기준 금리의 영향을 받게 됐있으니, 기준금리가 낮아짐에 따라서 Gilt의 가격은 오르고 따라서 수익률은 하락한다.

현재 10년 만기 Gilt의 금리는 0.4% 수준.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서 Gilt의 금리도 하락했고 자연스럽게 Gilt를 기준으로 삼는 인프라 자산의 신규 대출 금리도 낮아질 전망이다.

최근 10년 만기 Gilt 금리 추이(출처 : Marketwatch.com)
최근 10년 만기 Gilt 금리 추이(출처 : Marketwatch.com)

그렇다면. 이게 왜 중요한 것이냐.

이는 바로 해외 인프라 자산에 투자하는 국내 보험사들의 수익률과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국내 보험사들은 은행과 다르게 장기 인프라 투자가 가능한데, 영국은 주요 투자 대상국 중 하나이다. 여러분이 납입한 보험료를 보험사에서 잘 운용하여 적정한 수익률이 나와야 보험사도 망하지 않고, 여러분이 청구하는 보험료도 잘 나오는 것인데 이렇게 영국 자산의 금리가 감소해서 투자를 할 수 없거나 낮은 금리의 투자만 가능하다면 결국 그것은 보험사의 수익률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하다.

물론 보험사에 계신 투자역분들은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수익률 향상을 위해 투자 다변화를 하고 있으며, 또한 당연히 자금을 인프라에 올인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로 관리하기 때문에 Gilt가 떨어진다고 국내 보험사가 즉시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코로나 등 때문에 전 세계 금융이 불안해지고 금리를 낮추는 등 통화정책의 적용이 장기화되면 결국 여러분들의 보험사도 영향을 어느 정도 받는 것이니. 참으로 글로벌한 세상이지 않은가.

김재연 ㅣ글에 대한 의견은 이메일(laestrella02@naver.com)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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