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국 前차관, 국토부에 제도개혁 요구… 업계, “국토부 시공위주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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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국 前차관, 국토부에 제도개혁 요구… 업계, “국토부 시공위주 패러다임부터 바꿔야”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6.09.03 2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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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인프라포럼, “엔지니어링대가, 글로벌 대비 50~60%”
류영창 국토부 前국장, “적격심사 낙찰기준 88% 당위성 어디에도 없어”

(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글로벌 기준의 50~60%에 그치는 대가로 엔지니어링업계가 고사 직전이다. 보다 못한 국토교통부 전 차관이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자, 업계 주요 인사들은 “국토부는 경청보다 시공위주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만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토교통부, 한국엔지니어링협회, 한국건설기술관리협회는 2일 ‘건설엔지니어링의 글로벌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주제로 글로벌인프라포럼을 공동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 전관출신 등 업계 주요 인사들은 국토부 현직 관료들을 상대로 제도개선의 당위성과 시급함을 알렸다.

김희국 국토부 전 차관은 “대가기준과 계약선정 방식에 대한 정치경제 철학을 바로 세워야한다.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국가는 업체에게 일을 시키려면 제대로 된 대가를 줘야한다. 대가기준은 수요공급으로 정해지는 가격결정이론의 하나다. 때문에 국가계약법에 상호대등의 원칙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뒤이어 “그러나 현실에서는 갑을관계가 고착화 됐다. 절대가격이 올라가더라도 현장여건상 이윤이 안 나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사업자에게 책임과 권한을 함께 줘야한다. 정부는 겉으로는 권한을 쥐지 않은 것처럼 하면서 권한을 행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류영창 평화엔지니어링 부회장은 “국토부 기술안전국장을 지낸 바 있다. 관직을 그만두고 업계에서 보니 엔지니어링업계는 심위위원 로비에 신경을 쓰게 된다”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외부 전문가는 토론만 하고 실제 평가는 발주처 직원이 직접 한다.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발주처가 평가를 주관하는 계기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특히, 대가와 관련해 “적격심사 시 낙찰기준율을 88%로 설정한 당위성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과거에는 지자체들이 대가를 낮춰주고는 ‘예산절감’을 달성한 성과로 치부했다”며, “더 받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 상황에서 제값을 못 받으면 미래가 없다”고 했다.

오세욱 한국조달연구원 연구위원은 “4,500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고시금액대비 대가지급이 70%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발주처는 법에 따라 실비정산을 해야 하는데 과업에 대한 대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과업비용이 증액될 때는 대가에 반영하지 않고 감액될 때에만 반영한다. 사업이 중지돼도 대가를 안준다. 공기연장에 대한 간접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FIDIC 엔지니어링대가, 공사비 대비 15%… 한국은 4~5%
국제엔지니어링연맹 FIDIC에서는 엔지니어링 대가가 공사비의 15%에 이르는 반면 국내에서는 설계, 감리를 합쳐 4~5%에 그치고 있다. 합리적 대가지급이 이뤄지지 않아 기업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낮은 임금으로 인해 양질의 노동자가 업계를 떠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재완 FIDIC회장은 “한국에서 엔지니어링 대가수준은 상설할인매장 판매업과 유사하다. 철지난 물건을 파는 격이다. 예가 자체도 낮은데 낙찰률까지 낮아 50~60%의 대가를 받는다. 양질 인재가 업계를 회피할 수 밖에 없다”며, “반면 중국은 작년 한해에만 600명 엔지니어를 합숙훈련을 시키고 인재양성을 했다. 올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수상작 25개 중 10개가 중국 작품인데 한국은 1개다. 우수상 5개 중 중국이 3개, 미국이 2개다”고 지적했다.

일대일로, AIIB창설을 주도한 중국이 글로벌 인프라시장에서 패권을 쥐고자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분야 경쟁력강화에 나선 상황이다. 시공경쟁력, 가격경쟁력을 앞세우던 후발주자 중국정부가 엔지니어링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수많은 TF 및 회의 끝에 최근 CM at Risk를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업체를 배제하고 시공사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엔지니어링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는 경청만 할 것이 아니라 시공위주의 패러다임부터 바꿔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이해경 다산컨설턴트 회장은 “엔협 건설협의회장을 수행하며 지난 2년간 ‘제값받기’를 실현하기 위해 국토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 28개 과제 중 아직 해결해야할 18개 과제가 있다”며, 국토부 측에 ‘건설엔지니어링의 글로벌화를 위한 발전방안’을 전했다.

이 회장은 단기과제로 ▶업무중첩도 평가기준 환화 ▶낙찰율 상향조정 ▶대가조정 ▶발주청 기술평가 역량강화 ▶과태료 부과규정 개선 ▶소득세감면 확대 ▶OCA사업 낙찰율 60% 개선 등 7개 과제를 꼽았다. 중기과제로는 ▶설계대가 산정방식 개선 ▶건설기술자 노임단가 상향 ▶기술사 배출 확대 ▶프리랜서 제도 도입 ▶건설엔지니어링으로 명칭개선 및 업무통합 ▶해외시장 개척비 지원 확대 ▶해외엔지니어링 OJT 지원 ▶해외사업 보증수수료 인하 등 8개 과제를 언급했다. 장기과제로는 ▶부실설계 방지를 위한 단계별 발주 ▶해외근무자 실적 적용 시 인센티브 ▶사후평가 제도 활성화 등 3개 과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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