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 이준희 기자 =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 전관영입 소위 ‘도피아’가 엔지니어링업계에 만연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업계는 “운찰제로 변질된 국내 입낙찰제도의 현황을 보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대안 없이 지적을 위한 지적만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한국도로공사 대상으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윤후덕의원은 도공 출신을 영입한 업체가 도공이 발주하는 실시설계의 93%를 수주한다며 엔지니어링업계에 만연한 도공의 전관예우 특혜를 지적했다.

윤 의원은 “한국도로공사가 지난해와 올해 실시설계를 발주한 공구는 4개 사업, 28개 공구로, 실시설계비는 총 1,160억원이었다”며, “참여 설계업체 총 41개사 중 38개사가 도공 퇴직자가 근무하는 회사로 전체의 93%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뒤이어 “실시설계비로 계산해 봐도 총액 1,160억원 중 도공 퇴직자를 영입한 38개사가 수주한 금액이 1,040억원으로 전체의 90%였다”라며, “도공 퇴직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도공 발주 사업을 수주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치”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73억원을 수주한 건화에 2명, 54억원 대콘 2명, 53억원 동명 2명 등 38개 엔지니어링사에 도공을 퇴진한 65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윤 의원은 “문제는 도공 퇴직자를 보유한 설계회사 간의 설계경쟁 입찰시 공구담합, 가격담합의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 업계, “문제는 입낙찰제도… 전관도 운도 아닌 기술평가 필요”
반면, 업계는 이는 국회의원들이 국내 엔지니어링 입찰제도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지적이라는 입장이다. 도공이 발주하는 실시설계는 낙찰자선정이 기술평가 중심이 아닌 운찰 성격이 강해 도공 전관보유여부가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주지는 않는 다는 논리다.

A사 관계자는 “통상 40여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는데 가격을 예정가격 밑으로 제시해 15~20개사가 탈락하고 예가 위로 제시해 15~20개사가 탈락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게다가 남은 1~10등 점수가 거의 같아 담합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뒤이어 “도공 전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특혜도 사실상 없다. 연봉 8,000만원에 차량도 제공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1년만에 해고하지는 않고 최소한 2~3년은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도공 출신이 일반 엔지니어출신보다 PQ점수가 좋다보니 업계가 도공출신을 선호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B사 관계자는 “발주청이 도공출신이라고 무조건 가점을 줄 수 있는 입찰구조가 아니다. 기술사를 보유하고 경력조건이 맞는 전관에 한 한다”고 답했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앞으로 도공 전관의 역할이 더욱 위축 될 것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C사 관계자는 “도공 전관은 인적정보 즉 ‘휴민트’ 차원에서 강점이 있다. 도공 출신이다 보니 도공의 발주정책이나 계획에서 대해 일반 엔지니어출신보다 정보가 많고 정확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김영란법이 시행됨에 따라 도공출신 전관이 도공관계자와 접촉하는 것에도 상당한 제약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뒤이어 “도공 퇴직자 모임 ‘도성회’가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국회가 전관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옳다”면서도, “엔지니어링산업의 특징과 현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낙찰자 선정과정에서 기술중심의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모니터링하고 운찰제를 극복할 수 있는 법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도로공사 발주 28개 공구사업 현황, 출처: 윤후덕 의원실>

<엔지니어링사 도공사업 수주현황, 단위: 억원, 출처: 윤후덕 의원실>

<도로공사 전관 65명 엔지니어링사 취업현황, 출처: 윤후덕 의원실>

이준희 기자 jhlee@engdaily.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