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링데일리) 이명주 기자 = '최근 A발주사의 사무실에 소위 을이라고 불리는 시공사, 설계사 등의 임직원 100여명이 집합했다. 그러나 모인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발주처 직원들은 윗선의 지시라고만 밝힐 뿐 집합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발주처에 집합한 약 1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유도 모른 체 오후 1시부터 발주처 직원들의 퇴근시간까지 한자리에 모여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모임을 지시한 책임자는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다음날이 되어서야 집합을 당한 100여명의 업계 관계자들은 집합을 지시한 책임자를 면담할 수 있었지만 개별 현황보고를 이유로 또다시 수 시간 동안 기다림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발주처 A사의 사례-
B지자체의 사업을 수주해 업무를 진행하는 C업체는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관련 서류를 가지고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서둘러 청사에 방문했다. 그러나 관련 공무원은 회의를 들어감에 따라 C 업체 담당자는 수 시간 동안 담당 공무원을 기다렸다. 회의에서 복귀한 담당 공무원은 검토 후 연락을 줄 테니 서류를 제출하고 돌아가라는 말만 남김에 따라 C 업체 담당자는 수 시간을 허비하며 되돌아 갈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담당 공무원은 서류미비를 이유로 C 업체 담당자를 수시로 호출해 관련 서류 수정을 채근했다.
-발주처 B 지자체의 사례-
발주처의 시공 및 설계사들에 대한 몽니 부리기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몇 공기업 및 공공기관, 지자체 등 발주처가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갑질 행위를 행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발주처의 갑질행위 중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행위는 사업관계자를 임의로 불러 무리한 요구를 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와같은 발주처의 집합 행위에 대해 을 업체 길들이기라고 보고 있다. 발주처와 건설업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상하관계를 이용해 발주처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 전 행해지던 발주처의 집합행위가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며 "문제는 수주라는 당근이 눈 앞에 놓인 이상 업체들이 어떠한 부정한 지시행해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따를 수밖에 없어 업계 전반에 깔린 보이지 않는 주종관계는 바뀔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고 토로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발주처의 권한이 막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이상 강압적인 행위는 또다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최근 업계는 신입사원은 물론 차부장급까지 업무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현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며 "여기에 만연한 발주처의 갑질 행위로 후배들에게 엔지니어링업계를 추천하기조차 민망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E엔지니어링사 관계자는 "그동안 발주처 갑질에 대한 징계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진행되면서 결국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고 오히려 그 피해가 관련 업체들에게 되돌아왔다"며 "현재도 발주처의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갑질 행태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을의 지위에 있는 업체들의 고난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