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⑫]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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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연재⑫]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12.18 09:00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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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글로벌사, M&A로 몸집 키워
경쟁력 강화 위한 전략적 제휴-플랫폼화 투트랙 필요
美 DPR사 인당매출액, 한국 건설사 대비 40배

역사이래로 초일류기업은 혼이 담긴 혁신적인 경영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글로벌을 무대로 규모의 경제를 마련해 왔다. 이지훈 박사의 ‘혼창통’에서는 비전, 창의, 소통이 잘 조화된 기업을 초일류라고 칭한다. 또 다른 관점에서 초일류기업은 비록 모든 분야에서 ‘세계최고’를 달성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기업의 주력분야가 최고의 기업보다 우수하거나 동등하면 그 또한 초일류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링분야의 초일류 기업은 무엇일까. 본지는 2003~2023년까지 21년간 ENR이 발표했던 The Top 225 International Design Firms을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은 인수합병을 통한 거대화, 자국우선주의에 대응하는 현지화 정책, 전략적 제휴와 Project One Team 선단구축 등, 3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의 특징은 기업인수-Acquisitions를 통해 성장하며 해외시장의 다양한 리스크를 대비해 왔다. 글로벌시장은 정치적 혼란과 지역분쟁, 금융위기, 유가변동, 감염병 위험 등 항상 불확실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 기업이 유기적인 성장과 기술투자를 할만큼 대형화가 돼야 리스크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결국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의 핵심은 인수합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공격적 M&A, 지배력 강화의 지름길
2023년 ENR 해외매출 10위권인 The Top 10 International Design Firms의 현황을 보면 1위인 WSP Global은 Parsons Brinckerhoff를, 2위인 호주의 Worely는 Jacobs의 에너지 분야를 인수해 성과를 냈다. 또 3위인 미국의 AECOM은 URS, Scott Wilson, MAunsell을, 4위인 네덜란드의 Arcadis는 EC Harris, Hyder를, 5위 Jacobs는 CH2M과 Halcraw를 인수해 세계적인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으로 발돋움했다. 
6위 캐나다 SNC-Lavalin은 Atkins를, 7위 캐나다 Stantec은 MWH Global을, 8위 영국의 Wood Group은 AMEC과 Foster Wheeler를, 9위 미국의 Fluor는 Stork Tech를, 10위 아랍에미레이트의 DAR Group은 T.Y.Lin과 Perkins + Will을 인수했다. 이와 같이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은 사업구조 개편과 시장 지배력 및 지속적인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예외없이 선도기업간의 M&A를 통해 초대형화를 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M&A 없이는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이 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같이 아시아 엔지니어링기업도 최근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JSTI는 스페인의 EPTISA와 Test America를 인수해 해외사업을 확대했다. 일본의 Nippon Koei는 영국의 3대 건축설계사인 BDP를, 일본 CTI 또한 영국의 Waterman을 인수한 바 있다. 싱가포르의 Surbana Jurong은 호주의 SMEC을 인수했는데, 충원 당시 해외인력이 9,800명이었다. 반면 한국의 엔지니어링사는 해외경쟁력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M&A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최근 도화엔지니어링이 페루와 폴란드에서 현지화를 위해 인수한 사례가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외 사례는 없다. 반대로 외국기업의 한국엔지니어링사 인수 사례도 전무한데 한국의 엔지니어링시장이 글로벌스탠다드화에 동떨어져 있어 인수에 따른 이익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의 경쟁력 핵심은 단위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전략이 아니라, 현지지역 기업이 되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현지화-Localization 전략이다. 우선 중동만 해도 자국과 자국민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현지 근로자, 현지 자재 사용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또 동남아는 이제껏 ODA 중심의 자금조달이 대세였지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ODA보다는 PPP사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들은 기술역량을 개발해 과거에 외국지원이 필요했던 많은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하고, 건설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해외 엔지니어링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수주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현지화전략도 중요하지만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들처럼 근원적인 가격이나 기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현지국가의 프로젝트 자금조달 선호도에 맞도록 금융과 연계한 맞춤형사업 발굴과 해외 동반진출 등 현지 엔지니어링기업과의 상생방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효율 높이기 위한 엔지니어링판 SPC 도입 절실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은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와 더불어 Project One Team 선단구축 및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이제껏 자생적 성장을 위해 M&A를 통한 몸집불리기와 초대형화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하지만 내부역량만을 활용하는 자생적 성장만으로는 고객의 니즈에 대응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규모 키우기에 따른 경영부실화가 초래되므로 경영효율화를 위해 최근에는 강력한 파트너십을 통해 외부역량을 적극 활용하는 성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략적 제휴는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있는 기업들이 자신의 경쟁우위를 기초로 상호협력 관계를 형성해 통합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경영전략이다. 따라서 전략적 제휴는 경영전략 측면에서 M&A보다 리스크나 수익성은 낮지만 기술라이센스보다는 리스크나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우위 확보 전략이다. 

경쟁력강화 전략중에서 가장 각광을 받는 유형은 리드엔지니어링사가 전체구상과 개념설계를 수행해 특정사업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즉 관계당국과 투자 그룹을 접촉해 사업화가 확인되면 리드엔지니어링사는 파트너사들과 독자 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프로젝트별 경쟁력이 강한 분야를 분담해 Project One Team 또는 Engineering SPC를 구성하는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수요가 있는 곳에 프로젝트가 있다. 만들어진 시장은 가격이 중요한 변수이지만 만들어가는 시장은 전략이 시장을 지배한다. 국내 엔지니어링회사들도 글로벌시장에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해 규모키우기도 필요하지만 글로벌시장에서 통용되는 새로운 생존전략으로서 프로젝트별 선단을 구축하는 전략, 즉 Engineering SPC 도입이 더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조직의 슬림화와 생산성 제고를 위한 플랫폼회사로의 변신도 4차산업 혁명시대에 가장 적합한 새로운 경쟁력강화 전략 중의 하나이다. 글로벌 엔지니어링사가 플랫폼회사가 되면 기술력은 파트너사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리드사는 전체구상과 파트너사를 관리하고 협력하는 플랫폼 인력만을 최소한으로 보유하면 된다. 이로 인해 일반관리비를 대폭 줄이고 고정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으므로 경영혁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의 대형 건설사와 미국의 플랫폼회사인 DPR사의 경영성과를 비교하면 미국의 DPR사는 플랫폼 인력만을 보유하고 영업과 기술지원, R&D, 공무, 구매, 예산 조직 등은 파트너사가 담당한다. 또한 DPR사는 파트너사들과의 규칙 설정과 성과관리를 통해 자발적인 전문성을 유도해 DPR사와 파트너사간에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사용함으로써 인당매출액은 한국 대형건설사 대비 40배로 경영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글로벌 엔지니어링기업은 이러한 전략적 제휴와 Project One Team 및 플랫폼회사 전략을 활용해 조직을 슬림화하면서도 파트너사와 강점 활용으로 서로 윈윈하는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독특한 경영철학과 창조적 기업문화, 파트너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전략적 제휴와 Project One Team 및 플랫폼회사 전략은 대규모 회사일수록 의사결정이 느리고 일반관리비 등 간접비가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대외적으로는 경쟁력을 보다 강화시키는 새로운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상과 같이 글로벌 엔지니어링기업은 경쟁기업들 간의 인수·합병을 통한 초대형화와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한 현지화 정책, 전략적 제휴와 Project One Team의 선단 구축 및 플랫폼회사로의 전환을 통한 지속적인 경쟁우위 전략을 통해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으로 변모하면서 글로벌 엔지니어링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의 엔지니어링기업도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을 벤치마킹해 세계 10위내 The TOP 10 International Design Firms의 스타기업이 탄생해야 한다. 이로인해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이 건설엔지니어링 업계를 창조적으로 이끌어 한국엔지니어링산업이 세계최강으로 도약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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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명 2023-12-19 16:34:39
일반관리비 25%에 임대료 3%까지 떼가는 동명이 초초일류엔지니어링사임

엔지니 2023-12-19 16:27:13
우리나라는 글로벌이랑 너무 달라 글렀어

도화짱 2023-12-18 23:46:51
사실 한국에서는 도화가 초일류지

불의를보면꾹참어 2023-12-18 10:43:33
유신은 서울의 봄에 소품으로 나올법한 철재 캐비넷이 아직 있나?

불의를보면꾹참어 2023-12-18 10:41:47
우리나라엔 초인류엔지니어링사 없음. PMC를 공무원 공기업이 주도하는 한 없음. 그리고 기업 경영문화를 개선하지 않는 한 발전적인 합병은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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