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②]배부른 공기업이 독점한 PMC, 해외경쟁력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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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연재②]배부른 공기업이 독점한 PMC, 해외경쟁력 뚝뚝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9.13 10:33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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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엔지니어링 전면개편 미국, 전세계 장악
국토부, 건설공기업 해체해 글로벌 경쟁력 획득해야
한국, 중국 시공위주↔미국, 유럽 엔지니어링이 주도

올해 발표된 ENR2023을 분석하면 미국의 세계건설시장 점유율은 6.22% 수준이다. 2000년대 초반 30%를 넘나들었던 것에 비교하면 큰 폭의 하락세다. 과연 미국의 건설경쟁력은 곤두박질 친 것일까. 정반대다. 미국의 건설 점유율은 반의반토막이 났지만 엔지니어링은 20년 사이 10%에서 23.4%로 두 배 이상 신장됐다. 여기에 동일문화권인 캐나다의 19.6%까지 포함시키면 점유율은 43%에 달한다. 북미의 엔지니어들이 전세계 엔지니어링, 즉 컨설팅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싹쓸이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건설산업은 20년 만에 시공 위주에서 가치가 높은엔지니어링산업으로 체질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다시 ENR2023을 살펴보면 시공의 점유율은 6.14% 수준이지만 엔지니어링은 1.7%에 불과하다. 단순시공은 중국이 27.5%로 전세계 1등이고 한국은 5위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은 여전히 시공이 건설산업의 주류로 평가받고 있고 엔지니어링은 시공의 한 부속품인 ‘용역’, 그리고 저부가가치 노동집약형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건설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현재 미국처럼 엔지니어링의 점유율이 시공을 앞질러 역전해야 한다. 전방산업인 엔지니어링이 초기단계에서 사업을 지배해야 시공까지 그 수혜가 돌아가는 것이다. 특히 고부가가치 영역인 PPP사업은 엔지니어링 기반 없이는 수주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한국의 엔지니어링산업은 고부가가치 펩리스산업이 아닌 파운드리형 설계와 감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고부가가치 영역은 발주 및 사업을 총괄하는 PMC인데 이를 관료들인 공무원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관료제형 PMC, 한계는 명확
미국은 어떻게 세계엔지니어링 시장을 장악했을까. 미국의 엔지니어링산업 중시 정책과 해외PMC 시장의 장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PMC지표인 ENR Program Mangers 50 회사 중 1위에서 10위까지를 ▲제이콥스 ▲CBRE ▲파슨스 ▲에이컴 ▲벡텔 ▲Cushman&Wakefield ▲HDR ▲SNC-Lavalin ▲JLL ▲WSP USA 등 미국 컨설팅사가 싹쓸이 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내의 탄탄한 PMC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고부가가치 PMC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PMC시장 규모는 2022년 35조원, 순수 해외시장 규모는 9조4,000억원으로 2021년 대비 10.2% 늘어났다. 증가세가 뚜렷해 매년 10% 규모로 성장해 PMC시장의 강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의 PMC 상황은 어떨까. 우리는 국토부 산하 국토청과 건설공기업이 PMC를 독점하고 있다. 즉 대한민국 정부가 국토부와 산하공기업을 통해 PMC를 위탁시키고 있는 셈이다. 국토청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므로 해외진출자체가 불가능하다. 공기업은 해외진출이 가능은 하지만 진출을 하던 말던 월급은 나오기 때문에 해외수주에 목말라하지 않는다. 가끔 지분참여 형식으로 해외PMC사업에 참여한 사례가 있지만 ○○공기업컨소시엄, K컨소시엄 같이 이름을 달기 위한 명분형 사업이 대부분이다. 

한국 최초로 따낸 민관합동 해외PMC인 브루나이 PMB 교량은 한국형PMC사업의 난맥상을 잘 보여준다. 브루나이 발주자 입장에서는 PMC사가 발주자, 시공사, 설계사를 비롯해 많은 이해당사자를 적극적으로 이끌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실상은 한국PMC 수행사는 PMC를 감리정도로 인식했고 되레 매사에 소극적으로 발주자의 지시만을 기다렸다. 감독 연봉을 주고 채용했는데 후보선수 자리에서 구단주 눈치만 보는 꼴인 셈이다. 해당 컨소시엄에는 국내 PMC를 수행했던 공기업도 있었지만 그 또한 방만한 공무원형 PMC로 전문가의 창의성을 겸비한 글로벌PMC와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PMC는 수행사의 시스템과 PMIS (건설정보관리스템) 등 Tool을 통해 플랫폼 회사로서 사업통합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하지만 브루나이 PMB사업에서는 도구도, 매뉴얼도 없이 업무가 수행되다 보니 건설정보관리시스템상에서 이해당사자간 의사소통과 협업관리 등 플랫폼 회사로서 역할을 전혀 수행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브루나이 정부로부터 PMC 자격여부를 놓고 계약해지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EDCF시범사업 발주해 국제 경쟁력 쌓아야
PMC 해외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역시 실적 쌓기가 선행조건이다. 국내 재정사업부터 하면 좋겠지만 이해충돌이 비교적 덜한 EDCF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최근 MDB사업을 위주로 PMC사업이 상당수 발주됐다. ADB-아시아개발은행에서 인도의 뉴강가 교량과 필리핀의 마닐라 MRT를 PMC로 추진했고, 마닐라만을 횡단하는 BCIB교량이 PMC로 발주될 예정이다. WB-세계은행에서도 꾸준히 PMC사업을 발주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대표 ODA인 EDCF 또한 PMC를 발주해 국내기업이 국제적 역량을 갖추는데 일조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PMC시범사업을 전후로 PMC통합관리시스템인 건설정보관리시스템, 즉 PMIS의 개발연구와 PMC 매뉴얼 작성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물론 정부도 PMC의 중요성과 국내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다. 2020년 건설엔지니어링발전방안을 통해 국내 건설엔지니어링 시장에도 PMC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LH, 국가철도공단,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 건설공기업을 통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소극적인 발주처의 행태로 한국의 PMC는 여전히 답보상태다.

▲국토청, 건설공기업 민영화해야 국제경쟁력 확보
한국에서 PMC가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지극히 당연하다. 건설공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쓸모없어져야 하는 PMC제도를 적극적으로 발주할리 없기 때문이다. 위 예시처럼 말랑한 방식으로 PMC를 추진하기에는 사실상 한계가 있다. 가장 실질적인 방식은 국토부를 해체하거나 축소하는 것이다. 국토청과 산하공기업에서 펼치고 있는 엉성한 관료제PMC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이들 조직을 없애고 그 업무를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현행 건설공기업에서 수행하는 PMC는 엔지니어링사가 수행하면 그만이다. 물론 당장이야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역량이 부족할 수는 있겠지만 공기업이 민영화되고 다시 엔지니어링사와 인수합병 된다면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은 단기간에 획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산업이 고부가가치로 전환되고 고임금을 부여할 수 있다면 고품질 엔지니어를 확보할 수 있다. 영미권을 포함해 선진국 가운데 비대한 국토부, 건설공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모두 민간에 이양해 엔지니어링사가 PMC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조차도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엔지니어링사에게 PMC업무를 부여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한중일 같은 동아시아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세계가 민간주도 PMC를 운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나라가 쌓은 PMC실적은 그대로 글로벌PMC시장에서 통용된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국가들이 전세계 PMC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정부가 주도해 산업화를 이뤘고 선진국에 진입한 전세계 유일의 국가다. 하지만 더 이상 비대한 정부주도 PMC로는 세계시장 진출은 요원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배척될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한국의 건설생태계가 글로벌과 맞지 않으니 글로벌화 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정도의 개편은 정권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영국병을 치료한 마가렛대처의 신자유주의 주창으로 국영기업이 민영화된 것처럼 이에 비견될 만한 개혁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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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더블 2023-09-15 15:09:41
다음 연재가 기대됩니다.

봉동 2023-09-14 14:41:32
현실만 징징거리지 말고, 엔지니어링 미래가치를 위해 노력할 시점입니다. 안그러면 다 망해요

짱짱맨 2023-09-14 08:48:33
갑질만 하는 한국형PMC를 민간으로 이양하고 고부가가치화해, 엔지니어링도 반도체처럼 첨단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업계의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사 2023-09-14 01:14:31
좋은기사 쓰느라 고생하시네요.
그런데,,,
"전방산업인 엔지니어링이 초기단계에서 사업을 지배해야 시공까지 그 수혜가 돌아가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미국은 eng분야에서 두배이상 늘면서 초기단계를 지배중인데, 시공분야에서 1/5로 감소한 이유는 뭘까요?
상대적으로 중국이 공격적으로 나와서? 미국 시공사들이 선별수주해서??

ㄹㄹ 2023-09-13 20:46:56
하나하나 짚으면서 가니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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