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③]한계점 다다른 엔지니어 연봉, 2% 이익률 주범은 공사비 요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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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연재③]한계점 다다른 엔지니어 연봉, 2% 이익률 주범은 공사비 요율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9.20 11:37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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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요율은 실제의 65~80%수준, 엔지니어링 용역화 가속
공내역과 순수내역입찰, 글로벌기준에 부합해
엔지니어링 강국 미국, 철저한 실비정액가산방식

엔지니어링산업의 사전적 의미는 축적된 과학기술의 전문지식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경제적 또는 사회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집약 서비스산업이며, 양질의 고급일자리를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이렇게 중요한 산업이라면 종사자의 연봉은 물론이거니와 영업이익률도 높아야 정상이다.

최근 신입기준으로 상당액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졌지만 여전히 대기업 또는 잘나가는 산업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특히 직급별로 보면 임금인상폭이 상당히 완만해 10년 경력자 연봉이 대기업 신입급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만 봐도 상위권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업계 지원을 꺼리고 있다. 설사 이 바닥에 입사해도 대형건설사나 공기업 가기 전에 잠시 머무는 중간기착지 또는 경력세탁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탈토’라는 말의 ‘토’는 대형건설사의 ‘토’가 아니라 엔지니어링사의 ‘토’라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이 때문인지 엔지니어링업계 연령대별 인원분포는 50대 이상이 50%를 넘어섰고 30대 10%, 20대 5%로 역피라미드 분포를 보이고 있다. 다가올 저출산의 시대와 맞물린다면 대한민국의 엔지니어링업계는 공멸한다는게 모두의 전망이다.

경영진은 경영진대로 고민이다. 임금도 나름대로 올리고 예전에 비해 근무환경도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일할 사람은 부족하고, 이익률은 2%대로 처참한 수준이다. 이런 정도로는 기업을 육성할 수도 없고 근근이 회사를 유지나 하면 다행인 상황이다.

▲공사비요율 실제대가의 65~80%
엔지니어링업계의 연봉과 이익률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역시 낮은 엔지니어링 대가다. 한국의 엔지니어링 대가는 엔지니어링산업진흥법과 건설기술진흥법에서 규정해 놓고 있는데, 원칙은 실비정액가산방식이다.

하지만 발주처에서는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지침에 의거한 공사비요율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법보다 강력한 지침이 엔지니어링 대가를 좌우하는 현상이다. 기재부 입장에서는 “정부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라는 명분으로 엔지니어링사와 엔지니어에게 출혈을 강요하는 것이다.

실제로 공사비요율의 예산 책정은 실비정액의 80~90% 수준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업체 선정과정에서 낙찰률이 다시 80~90% 떨어지니 실질적인 대가는 65~80%에 불과한 셈이다. 정부가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건설엔지니어링 노임단가와 소비자 물가는 매년 오르는데 설계안정성검토, 가설구조물설계, 설계VE와 같은 각종 심의평가에 관련된 지원업무 등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은 그대로인데 지출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당연히 수익성은 최악이 되고 엔지니어 임금인상도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갈라파고스식 한국형실비, 순수내역으로 바꿔야
결론은 공사비요율보다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지금까지 준비해온 실비정액 방식이 글로벌스탠다드와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식 한국형 실비정액방식이라는 점이다.

실비정액가산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은 직접인건비다. 정부는 1962년 공사비 적산을 위해 일본의 보괘(歩掛)를 본 떠 도입한 토목공사 표준품셈에 이어 실비정액가산방식의 엔지니어링 대가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엔지니어링표준품셈을 또다시 만들어 직접인건비를 산정하려고 한다. 문제는 표준품셈이 한국과 일본만이 사용하고 있는 셈법으로 글로벌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표준품셈은 직접인건비 산출시 투입인원수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 투입인원 산정도 도로 등 주관분야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 전문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엔지니어링비용을 산출할 때 표준품셈을 사용하지 않고,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민간 자체적으로 실적에 근거한 투입인원수 산정과 실제 임금을 적용하고 있다. 실적에 근거한 실비정액가산 방식은 기존에 수행했던 실적을 기준으로 적산하는 것으로 모든 나라에서 사용해 글로벌스탠다드로 자리잡혀 있는 방식이다. 즉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실비정액가산방식은 발주자가 투입인원수를 제시해주고, 설계회사가 자기회사의 실제 임금단가를 적용해 직접인건비를 산출하는 공내역 입찰방식이 있다. 또 설계자가 발주자의 입찰안내서-RFP상의 요구조건과 사업특성을 반영한 WBS(Work Breakdown Structure), 즉 업무분할구조로 투입인원수를 산정하고 실제 임금단가를 적용해 직접인건비를 산출하는 순수내역입찰도 범용적으로 사용된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일일이 정해주는 것이 아닌 민간의 노하우와 창의력을 활용해 엔지니어링사가 제시하는 공내역과 순수내역입찰의 실비정액가산 방식을 한국엔지니어링 시장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되는 실비정액을 한국에서도 하자는 말이다. 수년전 국토부에서 주관해 실비정액가산 방식으로 엔지니어링 대가를 산정했는데 실제 공사비요율보다 낮게 대가가 산정돼 실비정액 무용론이 일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편협하고 전문성이 없는 한국 기준에 맞춘 결과로 실제로 글로벌 기준에 대입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

▲엔지니어링 강국 미국은 실비정액
소프트웨어 분야는 서비스산업으로 업무구조가 엔지니어링과 유사한 직종이다. 소프트웨어는 이미 오래전부터 실비정액가산 방식을 적용했다. 특히 2013년부터는 소프트웨어 대가 산정 가이드를 제정해 운용해 오고 있다. 이 가이드에서 규정한 투입인원수는 글로벌스탠다드와 마찬가지로 WBS에 따라 산출된다. 과업변경에 대한 정산기준과 투입인원수 또한 컨설팅업무량에 따라 사업대가를 산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아직도 공사비요율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북미 방식은 업무범위가 단순명확하고 미국은 10만달러, 캐나다는 20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사업에만 공사비요율을 한정하고 있다. 

PMC를 통해 시공에서 엔지니어링 강국으로 전환한 미국의 엔지니어링에 대한 인식은 창의와 효율 그리고 노하우다. 특히 엔지니어링 업무의 복잡성과 난이도를 고려할 경우 소요되는 비용을 추정하기 어렵다. 때문에 사업의 특성을 반영해 실제 비용을 정산해주는 실비보전계약 방식을 널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엔지니어링에 대한 가치는 고려하지 않은 채 돈을 깎기 위한 에누리 공사비요율 방식으로 컨설팅을 용역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만들어야 될 법제의 방향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어렵다. 결국 민생경제를 살찌우는 것은 해외시장을 키우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제도와 법제가 해외와 맞지 않으면 과감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공사비요율은 버리고 엔지니어가 일한만큼 보상을 받고 창의와 효율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글로벌 실비정액가산 방식을 한국에 적용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대가를 갉아먹는 공사비요율을 폐기하고 글로벌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해 엔지니어 연봉과 영업이익률 모두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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벳남 2023-09-22 23:06:59
올라온걸 이제 알았네. 오늘 너무 힘든 하루였어요. 우리 모두 화이팅해요

숑숑 2023-09-21 09:27:08
전체 오너들 혈서로 맹세하고 전체 파업 한번 갑시다. 이런 정신으로 나서야지

엔지니어98 2023-09-21 00:28:34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한국 엔지니어링 시장은 하향세다. 먹고 살라면 밖으로 나가야 한다. 그럴라면 세계기준에 맞춰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은 모두 폐기해야 마땅하다. 우선 공기업부터 없애고 엔지니어링대가도 글로벌기준에 맞추면 된다. 이토록 간단한 문제가 공무원과 기득권의 이해관계에 얽혀 제자리 걸음만하고 있고 그 동안에 우리 엔지니어만 죽어난다.

태평양 2023-09-20 21:22:36
출산율 0.7인데 계속이러면 10년 지나면 공멸이야 공멸 다죽여

요조숙녀 2023-09-20 18:19:19
장희형 열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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