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⑬]4차산업혁명시대, 한국엔지니어링의 지향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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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연재⑬]4차산업혁명시대, 한국엔지니어링의 지향점은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12.26 11:38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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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물리학+AI와 융합한 엔지니어링산업 필요해
발주처 탓보다 엔지니어 스스로가 창의성과 자존감 확보해야
엔지니어링가치 잃지 않아야 진정한 4차산업혁명 가능

인류는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이후 인터넷과 컴퓨터를 기반으로한 지식혁명시대를 살고 있다. 지식혁명의 발전적 형태가 초연결•초지능을 기반으로 한 4차산업혁명이라고 볼 수있다. 미래학자인 짐데이토와 다보스포럼 창시자인 클라우스 슈밥도 예전부터 이점을 강조해 왔다. 4차산업혁명은 결국 ICT를 기반으로 새로운 과학기술들이 융합하고, 물리학, 디지털, 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국가별 노력은 10여년전부터 계속됐다. 2013년 미국은 Smart America Challenge를, 독일은 Industry 4.0을 발표한 바 있다. 동아시아에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은 4차산업혁명 선도전략을, 중국은 Made in China 2025를 마련했다. 이들 전략들이 가장 앞에 내세운 것이 창의성 개념이다. 즉 학문간의 융복합과 지식간의 결합은 창의성을 기반으로 해야 과학기술혁명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엔지니어링산업도 창의성에 기반을 둔 과학기술혁명을 간과하고는 발전할 수 없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대격변속에서 한국엔지니어링의 나아갈 길은 역시 타분야와 엔지니어링을 어떻게 융복합화하느냐로 정의할 수 있다. 한국엔지니어링의 스마트한 지향점은 무엇일까 고찰해본다.

▲권력자 탓하지 말고, 엔지니어 스스로 창의성과 자존감 찾아야
한국엔지니어링은 창의적인가. 글로벌 엔지니어링은 예나 지금이나 창의성을 기본으로 했지만, 한국엔지니어링에서는 사실상 없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한국엔지니어링은 창의가 아닌 모방, 기술이 아닌 기능이고 발주처 입장에선 ‘시켜야 하는 용역’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이런 폐단의 이유로 엔지니어링업계는 국토부와 발주처의 강압적인 정책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즉 “나는 힘없고 약한 존재로 나 때문이 아니라 권력자가 눌러 어쩔 수 없이 이 지경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간 위정자들은 그들의 보신주의, 집단이기주의를 위해 엔지니어링산업의 규제를 양산해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엔지니어링이 피폐해진 이유를 그들에게 전가할 수 없다. 1차적인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듯이 부당한 대우와 규제를 받으면서 항거 한번 제대로 못한 엔지니어링사, 엔지니어에게도 책임이 있다. 인류역사가 증명하듯 저항하지 않으면 노예꼴을 면하지 못한다.

한국엔지니어링은 그간 저작권 주장도 못하고, 전관과 부당한 로비에는 저항은커녕 오히려 부축이고 영합해왔다. 국가적으로 민감한 SOC사안에 대해 전문가로서 소신 한번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왜 공항을 가덕도로 할지 밀양으로 할지를 프랑스 공항엔지니어에게 물어봐야 하며, 서울~양평고속도로를 놓고 비전문가인 국회의원의 호통이나 받고 있어야 하나. 이는 한국엔지니어링업계에 만연한 ‘괜히 나대다가 나만 찍혀서 수주도 못한다’라는 정서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다는 것이 ‘건설엔지니어링 일동’ 같은 무기명 속에 숨는 것이다. 창의성이라는 것이 자존감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그런 관점에서 한국엔지니어링은 한없이 망가져서 이제는 없어도 무방한 상태가 됐다. 

다시 창의성으로 돌아오면 해외 디자인빌드에 참여했던 한국엔지니어들은 RFP 부속서류의 설계도면을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유사한 사업이라도 유사한 설계도면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과 상황이 모두 다른데 설계가 유사한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도면 하나하나, 설계내용 하나하나가 아이디어의 집합이며 깊은 생각의 산물이다. 이런 스마트한 설계하나만 봐도 선진국에서 왜 엔지니어가 존경을 받게 되는지 깨닫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아이디어는 스스로 만들지 않는 한 절대 훔칠 수 없다.

한국엔지니어는 정부의 제도를 탓하기 전에 본인이 창조적 전문가로서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를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즉 더 이상 남의 성과품을 카피해서도 안되고, 단순반복 기능을 효율성으로 착각해서도 안된다. 한국 엔지니어링이 모방과 기능, 용역이라는 3대 장벽에 갇혀 창의적인 사고없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설령 기준이 글로벌스탠다드로 바뀐다고 해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없을 것이다.

▲4차산업혁명 오프라인 현실세계+ 온라인 가상세계 합침
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시대에 타분야의 새로운 기술과 엔지니어링기술들이 어떻게 융합해야 하나. 3차산업혁명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가상세계였다면 4차산업혁명은 오프라인의 현실세계와 온라인의 가상세계 즉, 디지털 트윈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들이 인간의 욕구충족을 위해 융합하고 가상세계의 가치를 창출해 현실세계를 최적화시키는 패라다임의 변화다. 때문에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비즈니스인 O2O-Online to Offline라는 트렌드가 계속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은 1단계 데이터화 과정에서 초정밀센서와 사물인터넷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 2단계 정보화 과정에서는 수집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한 뒤, 빅데이터로 분석해 정보모델링을 구축-BIM한다. 3단계 지능화단계에서는 인공지능의 예측과 맞춤으로 가치를 창출한다. 4단계 스마트화 단계에서는 가상세계에서 창출된 가치를 드론과 로봇 등으로 현실화 한다. 다시 말하면 4차산업혁명은 1단계 데이터화, 2단계 정보화, 3단계 지능화, 4단계 스마트화 또는 최적화의 4단계프로세스를 가진다는 것이다.

4차산업혁명은 융합과 발산이 순환하는 혁명으로도 볼 수 있다. 융합의 대표기술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며, 발산의 대표기술은 아날로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현실세계를 가상세계의 데이터로 바꾸는 기술이라면, 아날로그 트랜스포메이션은 가상세계에서 만들어진 가치를 현실세계로 최적화시키는 기술인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사물인터넷과 위치기반서비스, 정보모델링 구축, 클라우드, 빅데이터, 웨어러블, SNS 등의 기술로 이루어져 있다. 아날로그 트랜스포메이션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하는 사이버-물리 시스템 디자인, 3D프린팅과 로봇,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블록체인과 핀테크, 게임화, 플랫폼 등의 기술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시대의 엔지니어링에는 4차산업혁명의 4단계프로세스에 맞추어 디지털·아날로그 트랜스포메이션의 정보통신기술이 융합돼야 한다. 그 결과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설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  

즉 엔지니어링 업무는 모든 분야와 모든 업무 단계에서 데이터화, 정보화, 지능화, 스마트화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 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아날로그 트랜스포메이션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보통신의 첨단 개별기술들을 잘 활용하고 새롭게 만들어 나가야 한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건설엔지니어는 자신의 전문분야와 정보통신기술들과의 융합능력 및 융합을 위한 창의적 사고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024년부터는 스마트엔지니어링을 어떻게 만들어 가야할지 본격적인 구상을 시작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의 엔지니어링은 데이터화, 정보화를 통해 디지털트윈의 가상엔지니어링을 만들어야 하고, 지능화와 스마트화를 통해 현실엔지니어링을 똑똑하게 만드는 원년이 돼야 한다. 지금까지 스마트라는 개념은 건설에만 적용돼 왔었는데, 진정한 스마트는 엔지니어링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엔지니어링은 용역으로 인식돼 스마트엔지니어링은 발주자도 시공자도 관심밖에 있었다. 늦었지만 4차산업혁명시대의 건설엔지니어링이 똑똑한 스마트엔지니어링이 될 수 있도록 분야별, 단계별로 현실과 가상, O2O 융합기술, 4단계프로세스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엔지니어링의 본질이 밑바탕 돼야, 타분야와 화학적 결합 성공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엔지니어링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은 기술들간의 화학적 결합과 창의성을 주요 아젠다로 취급하고 있어 자칫하면 엔지니어링 지식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튼튼한 기초지식과 전문지식이 없으면 어떤 아이디어도 만들어 낼 수 없다. 건물이나 교량을 지을 때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그 위에 지은 건물과 교량이 안전하지 못한 것처럼 엔지니어가 전문성이 없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 동승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건설엔지니어가 자기분야에서 전문가적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창의적인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고, 융합능력 또한 빛을 발할 수 있다. 

따라서 4차산업혁명 시대의 건설엔지니어링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창조적 역량과 자기 분야에서의 전문가적 역량 그리고 가치창출을 위한 4차산업기술과 건설엔지니어링기술 간의 융합능력이라는 3대역량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한국 엔지니어링산업은 엔지니어의 3대역량 강화, 기업의 준법경영과 초일류 엔지니어링기업 배출, 정부의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법제도의 정상화를 기반으로 네덜란드와 같은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강국이 돼야 한다.

네덜란드는 전체 인구가 1,800만 명으로 한국의 35%이고 국토 면적은 대한민국의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해외 엔지니어링시장의 점유율은 항상 8~12% 범위내로 세계 2위~4위에 있는 세계 최고의 엔지니어링 강국이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해외 엔지니어링시장의 점유율은 플랜트를 포함해도 2023년 0.9%에 불과하다. 우리는 엔지니어링 강국이 되기 위해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또 한국은 IT강국으로 IT와 엔지니어링이 화학적 결합을 한다면 세계최강의 스마트엔지니어링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에필로그
본지가 기획한 [데스크연재]는 15회에 걸쳐 날로 피폐해져가는 한국엔지니어링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대한민국은 반도체, 조선, 전자, 철강, 정유, 자동차 그리고 최근에는 방산까지 글로벌에서 초일류기업을 보유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 초일류를 기록한 국가는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성장과 함께 해오고 나름 최상의 지원을 받아왔던 엔지니어링과 건설은 점점 갈라파고스화돼 이류•삼류산업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특히 엔지니어링산업은 대한민국의 모든 불합리와 병폐가 한데모여 더 이상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 [데스크연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필자 입장에서 이번 연재를 한줄로 요약하면 ‘글로벌과 다른 한국엔지니어링’이다.

한국엔지니어링은 한국에서만 통할 수 있는 온갖 규제로 범벅을 해놓고 서로가 서로를 옥죄고 있다. 즉 내 밥그릇을 위해 서로의 멱살을 잡으며 발전을 하지 않는 셈이다. 한국엔지니어링이 세계시장에 두각을 나타내려면 글로벌과 같은 눈높이에서 시작해 결국 다른 분야가 그랬듯 글로벌시장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
이번 [데스크연재]을 통해 한국엔지니어링의 병폐를 진단하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최소한의 교두보가 됐으면 한다. 다음 [데스크연재]는 한국엔지니어링의 문제점을 세세하게 미분해 본질을 까발릴 예정이다. 또 글로벌 기업 및 시장의 형태와 움직임을 현장성을 최대한 살려 자세하게 다뤄볼 예정이다. 엔지니어링 개혁은 엔지니어가 선봉이 돼 이뤄져야 한다. 독자이자 취재원인 엔지니어의 도움과 성원이 계속된다면 더 발전되고 결실있는 [데스크연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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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경영 2024-01-02 15:51:56
데스크연재 기사를 프린트해서 반복해서 읽어보고 있습니다. 다들 머릿속에 파편적으로 있었던 논점들, 그리고 특정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혹은 전관 로비가 반복될 때마다 술자리에서 분노하면서 때로는 자조적으로 늘어놓았던 얘기들을, 마치 실타래를 엮는 것처럼 깔끔하게 잘 정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엔지니어가 갖추어야 할 3대 역량, 창조적 역량, 전문가적 역량 그리고 융합능력은, 사실 모든 업계를 막론하고 현 시대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이기도 합니다.
발주처 로비와 관행적인 전관 활용은, 사실 타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분들과 얘기하면 (저희 업계를 모르는 분들이라면) 잘 믿지 않습니다. 그만큼 사실임에도 현실성이 없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겠지요.
정창희 기자님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불의를보면꾹참어 2023-12-28 09:47:18
한국만의 엔지니어링, 그리고 더 이상 나아가 질 못하는 한국엔지니어링이란 말이 뇌리에 깊이 박힙니다. 국토부는 정기자님 연재를 보고 뭐라 할런지 궁금합니다. 한낮 어느 기자 나부랭이의 철없는 글이라고 도저히 말을 꺼낼 수 없는 심도 있는 연재가 국토부의 참고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초일류 2023-12-27 16:38:40
데스크연재와 함께 한 독자라면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해외시장점유율을 2%로 끌어 올리는 방법을 명쾌하게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기자님이 힘들게 만든 엔지니어링 법제도 정상화방안이 내년에는 꼭 실현되면 좋겠습니다.

삼보맨 2023-12-26 19:44:16
내년이 기대된다

엔지니어링화이팅 2023-12-26 15:15:02
까발리고 미분한다니, 내년이 더 기대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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