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 한국엔지니어링 왜곡현상과 反글로벌스탠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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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연재] 한국엔지니어링 왜곡현상과 反글로벌스탠다드
  • 정장희 부장
  • 승인 2023.08.31 17:27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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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건설업계 이권카르텔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국민 안전을 도외시한 이권카르텔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전관을 고리로 한 이권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민간 자유 경쟁시장을 왜곡시키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이다”라고 규정하고 10월까지 건설산업의 이권카르텔 혁파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번 문제는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건설 위법 중 가장 무겁게 다루는 이해충돌중의 하나다. 한국엔지니어링산업을 지식기반산업에서 불공정수주산업으로 변질시킨 핵심 원인인 전관카르텔은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위법하게 다루는 문제다. 건설산업, 아니 건설엔지니어링산업의 이권카르텔은 한국엔지니어링의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할 문제다. 검단 주차장 붕괴는 엔지니어링이 아닌 건축분야의 단순사고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글로벌화되지 못한 한국의 엔지니어링의 문제도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은 후진국에서 GDP 10위의 선진국으로 성장한 유일한 나라다. 건설산업은 산업화의 핵심 역할을 하며 관주도로 견실한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건설산업의 동력은 10여년 전부터 힘을 잃고 있다. 더 이상 건설할 신규물량이 없는 것이다. 고작 천여명이 살고 있는 섬에 개도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초장대교량을 건설할 정도니 말이다. 

결국 시장범위를 해외로 확대하는 것은 엔지니어링산업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한국엔지니어링 산업은 글로벌시장과 비교해 보면 제도와 법령과 기준이 크게 다르다는 점이다. 정부 각부처는 엔지니어링산업의 글로벌스탠다드를 위해 이런저런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모두 뜬구름 잡는 이야기거나 자신들 이익에 맞게 편집해 정책을 발표했다. 글로벌스탠다드를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십수년이 됐지만 엔지니어링업계는 글로벌은커녕 국내 모순에서 한발짝도 전진하지 못했다. 

글로벌과 국내의 괴리감을 살펴보자. 해외시장에서는 한국처럼 엔지니어링 활동주체로서 모든 분야의 면허등록이 없어도 된다. 즉 자기분야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면 각 국가의 재정사업이나 MDB사업에 분담이행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국내는 한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도 발주자가 요구하는 모든 분야의 면허를 가져야 하는 등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너무도 많다. 또한 설계비는 실비정액가산방식을 적용하도록 법을 만들어 놓고도 글로벌시장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공사비요율 엔지니어링대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낙찰방식 역시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운찰제를 고수하고 있다.

FIDIC에서도 인정하는 설계회사의 지적재산권 불인정과 설계독립검토-IDC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또 프로젝트관리-PMC는 발주처가 독점하고 있으며 시공단계에서 엔지니어링업무를 불인정하고 있다. 결국 각종 설계기준과 국제기준의 불일치 등등 글로벌 제도와 법령, 기준과 너무도 동떨어진 시스템으로 인해 해외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2023년 선진글로벌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지식과 정보화 경제에서 창조와 4차산업의 경제로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는 공장없는 팹리스회사가 제품을 자사의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다. 고부가가치는 어느 산업에서든 말단의 하방산업이 아니라, 앞단의 전방산업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에서는 엔지니어링 산업을 용역업으로 취급하고 있다. 엔지니어링회사들은 관료들이 은퇴하면 설계나 감리업무도 하지 않으면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관들의 놀이터가 돼 버렸다. 대한민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바뀌었지만 건설시스템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철학과 사상, 비전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포장지만을 바꿨을 뿐이다. 

한국의 엔지니어링산업은 이제 4차산업혁명시대의 창조지식산업으로서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엔지니어링사들이 글로벌시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엔지니어들은 전문가역량 뿐만 아니라 창조적 역량도 갖춘 선구자가 될 수 있도록 변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위해 국내 건설엔지니어링의 법령과 제도가 글로벌 법령, 제도와 일치하도록 기준의 일대 혁신을 시작해야 한다. 본지는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의 왜곡현상을 진단하고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한국 엔지니어링 법령과 제도, 규제의 정상화 방안과 4차산업 혁명시대에 한국 엔지니어링이 가야할 길을 시리즈로 제시하고 그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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훠훠훠 2023-09-13 15:17:08
뭘하려면 일이 일을 만드는 일들을 처하는 행정뿐인 코리안 엔지니어링. 거기다가 낙찰부터 납품까지 온갖 행정에 심사.. 지구 제일 경직 구조

호호아저씨 2023-09-05 20:38:54
장희형 사랑해

켄엔 2023-09-05 15:09:39
오, 기대됩니다.

숑숑 2023-09-04 08:50:46
모든 발주기관과 전관은 엔지니어링을 밥상으로 보며 발목 잡지 말고 길을 터줘야 나라가 발전한다.

블노 2023-09-02 17:44:58
빌어먹을 엔지니어링판 좀 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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