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연재①]글로벌 분담이행↔한국 공동이행…“좌판형 사업구성, 글로벌오픈마켓 경쟁력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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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연재①]글로벌 분담이행↔한국 공동이행…“좌판형 사업구성, 글로벌오픈마켓 경쟁력 제로”
  • 정장희 기자
  • 승인 2023.09.06 17:47
  • 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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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사업 공동이행, 엔지니어링경쟁력 약화 원인
분담이행 활성화, PMC 등 글로벌 사업에 적합
해외글로벌사, 분야 면허 특화로 강점 부각

인천시에 A해저터널이 발주됐다. 필요한 면허는 일단 터널도 도로니까 도로, 터널이니까 터널과 토질및기초가 필요하다. 또 교통과 환경은 기본으로 들어가고 바다와 접해 있으니 항만면허도 요구됐다. 발주방식은 늘 그렇듯 공동도급을 5개사로 묶되, 모든 참여사가 설계에 필요한 6개의 면허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Z사는 턴키/민자와 해외사업에서 최상위급 터널실적을 보유한 회사다. 엔지니어 면면만 봐도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던 능력자들로 아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막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Z사는 A사업에 들어갈 수 없다. 사업 참여가 필요한 면허 6개 중 항만과 환경이 없기 때문이다.

▲상생하라는 공동계약, 취지 무색
공공의 계약은 단독계약과 공동계약으로 나뉜다. 단독계약은 말 그대로 계약상대자가 1인이라는 것이고, 공동계약은 국가계약법 25조, 지방계약법 29조에 따라 계약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2인 이상으로 계약을 하는 것이다. 이 조항을 해석하면 공공계약은 단독계약이 기본이고 공동계약도 가능하다로 귀결된다. 

한국의 공동계약은 1983년 예산회계법 시행령에 공동도급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처음 도입됐다. 국가계약법 72조2항, 지방계약법 88조2항이 그것이다. 공동계약은 과업수행능력과 실적 그리고 기술보유와 면허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의 수주기회를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짜서 동반성장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의 취지도 40년이 지나면서 퇴색해 오히려 중소기업을 옥죄는 진입장벽으로 변화하게 된다.

▲턴키-민자-해외 분담이행이 절대적
공동계약의 유형 중 공동이행방식은 공동수급체의 구성원이 공동으로 출자하거나 파견하고 이익과 손해도 출자비율에 따라 배당하거나 분담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의 재정발주 사업에서 공동이행이 적용되고 있다. 분담이행은 계약사항을 공동수급체의 구성원들이 분담해 수행하는 것으로 턴키/민자와 같이 민간발주사업에 채용되고 있다. 

즉 공동이행은 비율대로 ‘같은 일’을 나누는 것이고, 분담이행은 면허별로 ‘다른 일’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전제가 이렇다면 이미 앞에서 예시했던 A해저터널을 공동이행으로 발주하면 6개 분야의 면허가 필요하고 분담이행이라면 분야별로 1개의 면허만을 갖추면 된다. 문제는 재정사업에서 공동이행으로 발주돼도 실제 평가나 업무수행은 분담이행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참여업체는 평가에 가장 유리한 점수를 얻기 위해 참여기술자의 중복도와 실적을 고려해 PQ점수가 높은 엔지니어 위주로 사업수행능력평가서(PQ)를 만든다. 이를테면 주관사인 A사는 도로, 교통, B사는 터널, C사는 토질및기초, D사는 환경, E사는 항만이라는 형태다. 발주는 공동이행인데 업무수행은 분담이행인 셈이다. 굳이 발주 때부터 공동이행으로 발주될 필요가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엔지니어링컨소시엄이 수주는 공동이행으로 해놓고 업무수행은 왜 분담이행으로 할까. 불합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주관사의 지분이 33%라고 가정할 경우 공동이행이면 6명의 엔지니어가 업무의 33%씩을 수행해야 한다. 이 경우 사람의 몸을 1/3로 나눌 수도 없고, 1/3만 일을 하고 다른 엔지니어에게 바통터치할 수도 없다. 결국 2개 분야를 100% 수행하면 깔끔하게 해결될 문제를 공동이행의 원칙을 들이대면서 엄청난 비효율이 발생하는 것이다. 효율을 최상으로 생각하는 턴키/민자사업이 철저하게 분담이행 방식으로 운용되는 것이 그 이유다. 

▲공동이행, 엔지니어처우 악화 주범
공동이행은 엔지니어링산업의 전반적인 부실을 불러오는 단초 중 하나다. 앞서 말했던 Z엔지니어링을 예로 들어보자. 이 조직은 터널 및 구조엔지니어 35명과 토질및기초 3명, 도로 3명, 교통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사실상 터널에 특화 돼 있는 엔지니어링사가 면허조건을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타분야 인력을 채워 넣은 형태다. 서류상으로 존재하는 비상주도 상당수다. 분담이행 방식이라면 필요 없는 인력이다. 

Z사가 타분야를 운용하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매출의 20~30%에 달한다. 터널분야를 더욱 강화하고 엔지니어의 연봉과 성과급 등 처우를 강화하는데 사용해야 할 비용이 불필요한 면허조건을 맞추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 소위 단종 뿐만 아니라 대형, 중견사 모두가 해당되는 일로 거의 사용되지 않거나 자신들의 주력이 아닌 부분까지 면허를 유지해야 하느라 사용되는 비용이 막대하다. 결국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비용으로 인해 엔지니어의 연봉인상 등 처우에 한계를 둘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엔지니어링사가 해외에서 주력분야 없이 고만고만한 기술력을 파는 좌판형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공동계약의 법 취지는 면허보완을 통한 중소기업의 수주확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분담이행이 아닌 공동이행방식을 접합시키면 국가계약법 72조의 취지가 훼손된다. 중소기업은 모든 면허를 다 갖춰야 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아예 참여를 할 수 없다. 결국 공동이행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원천 차단시키는 진입장벽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면 대형사들은 유리한 공동이행으로 평가받고 분담이행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특전을 누리고 있다. 

그렇다고 분담이행이 대형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대형사는 주계약자로서 Generalist 형태의 기획조직을 만들고 전문성이 있는 강소엔지니어링사와 파트너를 구축해 경영을 합리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전세계급 선진엔지니어링사가 그렇듯 슬림한 구조의 플랫폼회사로 체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해외 대규모 PMC, PPP사업에 강소 엔지니어링회사들과 함께 Project One Team을 구성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오픈마켓은 분담이행
해외시장, 즉 글로벌오픈마켓에서 통용되는 공동계약 방식은 무엇일까. 북미,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전역은 거의 대부분이 분담이행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각 엔지니어링사는 모든 분야의 면허를 갖추지 않아도 발주처가 컨소시엄과 조율해 면허와 자격조건을 맞춰가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오픈마켓에서는 1개 분야에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얼마든지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이 같은 결정은 발주처 입장에서 기술력 있는 엔지니어링사가 면허조건으로 인해 참여를 못하면 자신들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조건이 이렇다면 한국엔지니어링사가 좌판형 백화점식 경영을 하는 것보다 한 개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게 글로벌시장에서 더 많은 경쟁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와 똑같이 분담이행방식을 국내시장에 적용시켜야 한다는 당위가 성립하게 된다. 또 중소기업이 경쟁력 있는 강소 또는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분담이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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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 2023-09-08 14:42:56
맞는 말

홍강 2023-09-08 13:28:44
한국에 단종들은 턴키 밖에 못해

브릭 2023-09-07 23:55:56
분담이행이면 페이퍼들 없어지겠네

PM김 2023-09-07 17:42:01
결론은 우리만 글로벌이 아니니, 글로벌하고 똑같이 분담이행으로 재정사업을 발주하자는거네.

김용한 2023-09-07 15:55:12
좌판형 사업구조에는 수집개의 기술사 영역으로 성벽화된 칸막이된 것도 한 몫합니다
글로벌에는 시공 ㆍ구조ㆍ지반ㆍ수리
요게 통용되는 기술사인데 ㅡㅡ우리는
건축구조 토목구조 도 별도죠ㅡ
기술사 분야 정리와 사업구조 단순화는 같은 맥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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