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설명해주는 남자들-21]런던 지하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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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설명해주는 남자들-21]런던 지하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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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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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기차는 1825년 스톡턴-달링턴을 시작으로 1830년 맨체스터-리버풀 라인과 함께 항구와 공단, 그리고 산업혁명의 연결하면서 성장하는데 이때를 시작으로 제대로 된 자본주의가 시장을 변화시키게 된다. 당시 일종의 주식회사와 같이 자본금을 투자하고 수익금을 나눠 갖는 구조였던 영국의 철도회사는 초기의 성공 사례들과 함께 우후죽순 생겨났으며, 1840년대 들어 일종의 ‘묻지마 투자식’으로 가정주부들까지 주식 투자에 나섰다고 한다. 철도버블은 이후 자연스럽게 대폭락으로 이어졌다. 민간 자본으로 Economic infrastructure를 공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영국은 1920년까지 철저한 자본주의의 논리와 함께 적자생존을 거쳐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이후 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20년, 당시만 해도 120개나 되던 철도회사들은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4개의 큰 철도회사(Big 4)로 통합되는데, 각각의 회사는 런던의 북동, 북서, 남동, 남서쪽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후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사회적으로 복지와 분배에 대한 이슈가 커지면서 노동당이 정권을 쥐게 되었고, 1948년 4개의 민간철도 회사는 다시 British Rail라는 하나의 국유화된 회사로 운영된다. 그 이후로 30년간 근로자의 잦은 파업, 과도한 복지, 고비용 저효율 등 이른바 영국병에 시달리던 정부는 1979년 보수당이 승리하면서 대처리즘과 함께 경제 구조를 개혁하고자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하고 민영화 추진한다. 이런 기조는 대처 이후에도 지속되며 1992년 철도를 다시 민영화하기에 이른다. 이때 철도 회사는 크게 3개 형태(운영사, 철로 유지보수 회사, 차량 임대회사)의 100여개 회사로 쪼개진다.

이렇게 시작된 민영화 상태는 지금까지 이어져서 현재 20여개의 운영회사가 있고,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같은 Route를 몇 개의 노선이 지나가기도 한다. 물론 이 운영사들에게 철도 인프라나 차량을 제공하는 회사들도 남아있다.

영국 철도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진출한 사례가 있으니 바로 XLT 지분인수 건이다. 영국 인프라 전문 운용사인 에퀴틱스-달모어 컨소시엄은 영국의 다른 투자자인 3i로부터 도시철도 테임즈링크에 차량을 임대해주는 크로스런던트레인(XLT)의 지분 33%를 인수하는 입찰에서 승리하였다. 약 5,100억원 규모의 인수 비용 중 40%는 에퀴틱스-달모어가 나머지 60%는 삼성증권과 미래대우, 하나금투가 각각 20%씩 부담하는 구조이다. 증권사들은 배당금을 기초로 하는 금융상품을 만들어서 기관투자자 등에게 판매할 예정이며 예상 수익률은 7%정도로 예산된다. XLT는 테임즈링크에 차량 임대에 대한 계약이 20년 정도 남아있음은 물론 계약 기간 이후에도 임대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한 영국 철도법 54조 ‘차량임대사업자의 매출안정성 확보’조항에 따라서 수요와 상관없이 고정된 임대료를 받기로 되어있는 아주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위 사례를 보면서 시공사 직원인 필자는 CI로서 Green field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자본은 리스크가 최소화된 곳에 투자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연금이나 보험사와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더라도 오랫동안 고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인프라 투자(Secondary PPP, Core나 Core Plus)가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도 단지 많은 투자 대상들 중 하나일 뿐이다.

반면 CI들은 그렇게 넉넉하지 못한 현금을 가지고 사업을 개발하고 투자해야 한다. 원론적으로는 EPC 마진까지 합쳐진 Dual Role로 FI나 대주단 보다 더 높은 수익을 챙긴다고는 하지만 그건 완공리스크(PPP사업에서 가장 큰 리스크, 일단 완공이 되면 사업이 취소되어도 원금회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를 가져가기 때문일 뿐이다. 바꿔 말하면 더 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 설사 성공적으로 EPC를 마무리한다고 하더라도 Cash flow에 민감한 CI들은 주주협약에 명시된 기간이후 Exit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걸 맥쿼리 같은 금융사들이 취하여 장기간의 수익을 누리고 금융상품화하여 추가수익을 만든다. 막상 완공은 하고 운영은 시작되었는데 MRG 등과 같은 보호책도 없고 매출도 예상보다 작아서 대출금 상환에도 벅찬 상황이라면? 그럼 그냥 CI의 주식을 안사고 다른 곳에 투자하면 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민영화는 자본주의 시장과 돈의 효율성을 이용한 대표적인 방식으로 시행착오가 있어도 효율적으로 운영해보자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국의 철도 민영화 사례는 해트필드 열차 탈선사고와 같은 실패사례로 여겨지기도 한다. 즉 너무 ‘민간의 효율성’에 의지해서 모두를 맡겨두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최근에 발표된 PFI2에서도 일부 반영이 되고 있다. PFI2에서는 모든 PPP사업에서 정부가 20~40%의 소수주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VfM와 투명성을 더욱 강조하고 공공성을 높이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이렇게 PPP사업은 개발회사들의 뛰어난 능력만으로 혹은 돈만으로 되는 사업은 아니다. 특히 공공성이 강한 인프라에 대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사업 성패를 가르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가뜩이나 큰 리스크 때문에 Bankability를 확보하기도 힘든 Green Field사업을 개발하는 사람(회사)들은 정부의 지원과 의지를 이끌어내는 한편 공공성에 집중하는 정부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민간과 적정한 타협점을 찾고 최적의 사업 추진 방식을 선정하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림산업 김재연 대리ㅣ글에 대한 의견은 이메일(laestrella02@naver.com)로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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